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하반기 글로벌 관세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확대와 반도체 품목 대상 관세 가능성 등을 감안한 발언이다. 다만 올해 반도체 시황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을 자신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곽 사장은 전날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함께하는 더(THE) 소통행사’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관세 여파나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계획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 같이 합심해 목표를 달성하자”고 밝혔다. 이 행사는 SK하이닉스 국내 전 사업장에 생중계됐다.
실제 SK하이닉스는 미국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관세 정책 변화에 민감한 상황이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재출마와 관세 공세 강화 가능성 등을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이상락 글로벌 세일즈마케팅(GSM)담당 부사장은 “상반기 시황은 아주 좋았고, 하반기도 비관적이진 않다”며 “우리의 핵심 경쟁력은 HBM이며, 기존 D램 제품 역시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인공지능(AI)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최신 HBM3E(5세대) 제품을 공급 중이며, 올해 물량은 이미 완판됐다. 하반기에는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의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이미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점유율 1위(36.9%, 옴디아 기준)를 기록했다.
이날 행사에선 최근 논란이 됐던 ‘TC(열압착) 본더’ 장비 공급망 이슈도 언급됐다. SK하이닉스는 HBM3E 생산에 한미반도체 장비를 전량 사용해왔으나, 최근 한화세미텍 장비도 도입하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했다. 이에 한미반도체는 CS(고객서비스) 무상 제공 및 저가 납품을 주장하며 반발했다.
김영식 양산총괄 부사장은 “우리는 자사 정책에 따라 발주했을 뿐 무상 서비스는 없었고, 경쟁사 장비를 비싸게 구매한 것도 아니다”라며 “공급망 다변화 방침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과급 제도 개편 가능성도 제기됐다. 곽 사장은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에 대해 “룰이 애매모호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받아 최적의 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 등 회사의 살림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대토론회를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3조4673억 원을 기록하며 올해 초 기본급의 1500%에 해당하는 PS와 자사주 30주를 지급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이보다 더 높은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며 현재 임금 인상 및 PS 기준 개편을 두고 교섭을 진행 중이다.
이번 ‘소통행사’는 분기마다 CEO가 직접 임직원과 현안을 공유하며 경영 투명성과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자리로, SK하이닉스의 주요 기업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