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에만 통증이 느껴지고 엉덩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엉덩이 근육 기능 저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엉덩이에 힘을 주는 방법을 몸이 ‘잊어버리는’ 현상, 이른바 ‘엉덩이 기억상실증(Gluteal Amnesia)’이 원인일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대둔근·햄스트링 조절 장애’로 불리는 이 증상은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습관과 활동량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 엉덩이 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허벅지, 허리 등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이로 인해 통증과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재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엉덩이 근육은 척추 안정성과 신체 균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기능이 떨어질 경우 허리, 고관절, 무릎 등 전반에 부담이 가해져 통증과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엉덩이 근육 중 가장 큰 대둔근은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척추와 골반을 지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걷기, 앉기, 뛰기 등 일상 대부분의 동작에 관여하는 만큼, 기능 저하 시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엎드린 상태에서 다리를 들었을 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상체를 젖힐 때 허리만 긴장되고 엉덩이는 반응하지 않는다면 엉덩이 근육 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다. 엉덩이 양쪽 모양이 비대칭이거나 지나치게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도 신호다.
표면 근전도 검사(EMG)를 통해 운동 중 엉덩이, 허벅지, 허리 근육의 활성도를 비교하고, 초음파로 근육의 두께나 수축력을 확인하면 보다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다.
엉덩이 기억상실증의 치료는 단순히 근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를 다시 쓰는 법’을 가르치는 재활 훈련이 중심이다. 근전도 피드백 훈련, 전기 자극 치료, 자세 교정 등을 통해 엉덩이 근육을 다시 활성화하고 비정상적인 보행 패턴도 함께 교정한다.
대표적인 엉덩이 강화 운동으로는 ▲스쿼트 ▲브릿지 ▲힙 어브덕션이 있다. 스쿼트는 엉덩이를 뒤로 빼듯이 앉는 것이 중요하며, 무릎이 발끝보다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브릿지는 등을 대고 누워 무릎을 세운 상태에서 엉덩이를 들어올리는 동작으로, 허리나 허벅지가 아닌 엉덩이에 집중해 힘을 줘야 효과가 높다. 힙 어브덕션은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리는 동작으로, 천천히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다.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도 개선이 필요하다. 1시간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앉을 때는 허리를 곧게 펴고 등받이에 기대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서 있거나 걸을 때 엉덩이에 힘을 주는 습관을 들이고, 계단 오르기 등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는 일상 활동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엉덩이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빠르게 위축되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관리가 필요하다”며 “하루 10분이라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 하체 건강뿐 아니라 허리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