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흐름은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물리 법칙이 그대로 투영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16일 발표한 경제전망 리포트에서 “트럼프발 관세 쇼크라는 작용에 대해 전 세계 주요국이 강력한 정책 대응이라는 반작용을 내놓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유동성 확대와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관세의 충격, 그리고 그 반작용…정책 모멘텀만 남다
리포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강화가 일으킨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반기 시장을 지배했지만, 관세 유예 및 정책적 대응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오히려 강한 ‘Policy Mix 모멘텀’이라는 유산을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로존, 중국 등 주요 교역국들이 자국 경기 방어를 위한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에 적극 나서면서, 당초 우려보다 더 큰 규모의 유동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급됐다.
이 같은 유동성의 힘은 실물경제 회복보다 선행하는 자산시장 랠리, 즉 ‘Asset Inflation’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신증권은 “하반기에도 글로벌 주요 위험자산의 가치 상승 흐름이 유효하며, 특히 미국 중심의 선진국 증시 강세와 아시아 통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 증시 반등이 주목된다”고 전망했다.
◇ KOSPI 목표 3,150…정책 수혜주 + 성장주 리바운드 주목
한국 경제는 신정부 출범 이후 정치 리스크 해소와 경기부양 기대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원화 강세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신증권은 “2025년 하반기 KOSPI 목표치를 3,150포인트로 설정하며, 정책 수혜주와 성장주가 상승 탄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반도체, 인터넷, 바이오 등 성장주가 상반기 조정을 마치고 리바운드할 경우, KOSPI는 내년 사상 최고치를 향한 상승 추세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뒷받침된다면 상승 모멘텀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 유동성→자산가격→원자재…천연가스 ‘스토리’ 주목
유동성 확대는 후행적으로 원자재 시장에도 호재가 된다. 다만 사우디의 유가전쟁 가능성이 원유 시장에 제동을 걸 수 있어, 리포트는 천연가스처럼 수급과 정책 스토리가 있는 자산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도 하반기 반등이 점쳐진다. 주택 시장은 연간 2% 중반대 상승세를 기대하며, 상업용 부동산도 섹터별로 온도차는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세계는 지금 ‘정책 드라이브’ 중… 주요국 진단
미국은 관세 선수요가 끝나면서 일시적인 소비·투자 공백이 발생했지만, 감세와 금리 인하 등 정책 드라이브가 경기 회복을 견인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경제주체들이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에 점차 내성이 생기고 있으며, 연말로 갈수록 성장 속도 회복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물가는 공급망 충격에도 재화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며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고용시장에서는 해고보다는 근무시간 단축, 노동생산성 악화 등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고용지표의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이 균형재정 원칙을 깨고 재정 확대를 예고하면서 유로존은 강한 경기 회복 기대를 안았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앞서간 탓에 실제 경기 개선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기조가 연말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며 성장 속도 차별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은 고물가 부담과 정치 불안이 맞물린 상황이다. 쌀값 급등 여파로 소비자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보조금 정책 등으로 물가 안정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자산매입 확대를 시사하며 금리 인상보다 유동성 공급에 방점을 찍고 있다.
중국은 디플레이션 탈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앙정부와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하락세다. 최근 전기차 시장마저 할인 경쟁으로 기업 수익성 우려가 부각되는 등 실물 회복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 환율시장, 아시아 통화 ‘강세 드라이브’… 원화도 강세 기대
상반기부터 글로벌 외환시장은 달러 약세 흐름이 두드러졌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와 미국 재정 불안이 달러 신뢰를 흔든 가운데, 금·엔화·프랑 같은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졌다.
대신증권은 “하반기에도 달러 약세가 이어지며 아시아 통화 강세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한국 원화도 이에 연동돼 추가 하락(원화 강세)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직접 환율이 논의되지 않더라도, 유사한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이 ‘프록시(proxy) 통화’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신정부의 경기부양 기대와 외국인 투자 유입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리포트는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핵심 키워드를 단 하나로 요약했다. “결국, 유동성이 옵니다.”
관세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주요국의 정책 반응은 더 빠르고 더 크며, 이는 실물보다는 자산시장에 먼저 반영된다. 유동성은 자산가격을 밀어올리고,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며, 증시의 상승 엔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