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세계 루게릭병의 날(World ALS Day)’을 맞아 희귀난치성 질환인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돼 근육이 위축되고 마비되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으로, 국내에서도 매년 300~40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루게릭병은 뇌에서 척수로 신호를 전달하는 상부 운동신경과 척수에서 근육으로 신호를 보내는 하부 운동신경을 모두 손상시킨다. 이로 인해 발음, 삼킴, 호흡 등의 기능이 차례로 저하되며, 진행 속도에 따라 대부분의 일상 기능을 잃게 된다.
오성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의식과 감각은 유지되지만, 손발의 힘이 빠지는 경증 증상에서 시작해 전신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평균 생존 기간은 3~5년이지만, 위루술이나 인공호흡기 등 보조 치료를 병행하면 10년 이상 생존하는 사례도 1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루게릭병의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자 이상, 산화 스트레스, 면역 염증 반응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관련된 유전자는 20여 종이 보고돼 있으며, 진단에는 근전도, 신경전도검사, MRI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된다.
국내 역학 자료에 따르면 루게릭병은 주로 60대 초반에 발병하며, 남성이 여성보다 약 1.6배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최근 5년간 약 3,000명의 신규 환자가 국내에서 진단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로선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물치료(리루졸, 에다라본)가 주요 치료법이며, 위루술, 인공호흡기, 재활치료 등 증상 관리가 병행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생체신호 분석, 유전자 치료, 줄기세포 치료 등의 임상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오 교수는 “루게릭병은 희귀하지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선 조기 진단과 꾸준한 증상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 루게릭병의 날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과 국제적 연구 협력이 확대돼, 궁극적인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