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이 177억 원 규모의 횡령 혐의에 휘말리며 창립 70주년을 맞은 올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는 2024년 기준 동성제약 자기자본(579억 원)의 30.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상근 감사 고찬태 씨가 나원균 대표이사와 등기임원 2명 등 총 3명을 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소장은 지난 24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접수됐으며, 공시에는 고 씨가 회사 감사 자격으로 고발한 내용이 담겼다.
회사 측은 “이번 고발 건은 고소인의 주장에 기반한 것으로 수사 결과에 따라 혐의 사실과 금액은 변경될 수 있다”며 “관련 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고발장에 따르면, 나 대표와 원용민·남궁광 이사 등은 약 180억 원의 회사 자금을 특수관계사로 선급금 형태로 지급한 뒤, 이를 활용해 동성제약 주식을 매입하거나 파생상품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물·옵션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개인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고, 이후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회사 돈을 재차 유출해 주가를 떠받쳤다는 것이 고발인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불투명한 정보 공개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말 최대주주 변경 및 경영권 인수 계약 사실을 적시에 공시하지 않은 채, 수백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발행과 유상증자를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은 동성제약과 특수관계사로 알려진 오마샤리프화장품, 루맥스, 코이커머스 등이 제출한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분쟁도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고(故) 이선규 창업주의 아들 이양구 회장과, 그의 누나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의 아들 나원균 대표 간 오너 일가 2·3세 간의 다툼이 지속돼왔다.
동성제약은 23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으며, 현재 나 대표와 김인수 씨가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회사의 업무 수행권과 재산 관리·처분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됐다.
하지만 이튿날인 24일 한국거래소는 경영진 횡령·배임 혐의설에 대해 조회공시 요구와 함께 동성제약 주권의 매매거래를 다시 정지시켰다. 동성제약 주가는 이날 하한가(30% 급락)를 기록하며 973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정지 해제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