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 나서 “지금은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때”라며 30조5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강하게 요청했다. 경제·민생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정부가 긴축만을 고집하는 것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연설은 총 4700여 자에 달하는 분량으로, ‘경제’라는 단어가 24차례나 언급될 만큼 한국 경제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초점이 맞춰졌다. ‘성장’(12회), ‘회복’(10회), ‘민생’(9회), ‘공정’(5회), ‘위기’(7회) 등의 키워드도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속에서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하고, 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에 머무르며 1분기엔 마이너스 성장까지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줄고 자영업자는 빚에 허덕이며, 청년 구직 단념자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난 12·3 불법비상계엄 사태가 내수경기에 치명타를 가했고, 미국발 관세 충격과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국제 정세도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안을 ‘경제위기 가뭄을 해소할 마중물’이라고 규정하며 ▲소비진작(11조3000억 원) ▲경기활성화 투자(3조9000억 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5조 원) ▲세입경정(10조3000억 원) 등 주요 항목을 설명했다.
특히 소비 쿠폰과 관련해선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 원을 보편 지급하되, 취약계층과 인구소멸지역에는 최대 52만 원까지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부동산 PF시장 유동성 공급(5조4000억 원), AI·신재생에너지·중소기업 투자(1조3000억 원)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 채무에 대해 소각 조치를 단행하고, 성실상환 중인 소상공인에겐 이자 감면과 분할상환 기한을 늘리겠다”며 채무 취약계층의 재기 지원 의지도 밝혔다.
정치적 메시지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공정 성장’은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국가 성장 전략”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자본시장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또 “공정한 사회는 규칙을 지켜도 손해 보지 않는 사회”라며 “기득권과 편법, 새치기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외교에 색깔은 없다”며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기준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화가 곧 경제이며, 경제가 평화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실용외교의 방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며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가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