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이로써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1월과 동일한 상승폭을 나타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지난 5월 상승률(1.9%)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올해 1월(2.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이번 물가 상승은 가공식품, 수산물, 석유류 등 먹거리와 에너지 부문이 주도했다. 품목별로는 가공식품 가격이 전년 대비 4.6% 상승하며 2023년 11월(5.1%)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품목으로는 빵(6.4%), 커피(12.4%), 햄 및 베이컨(8.1%), 김치(14.2%), 차(20.7%) 등이 있다. 라면 가격도 6.9% 올라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 이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가공식품의 물가 기여도는 0.39%포인트로, 전체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수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다. 고등어(16.1%), 조기(10.6%), 오징어(6.3%) 등 주요 품목의 상승에 따라 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4% 뛰었다. 이는 2023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통계청은 지구온난화 등 이상 기후로 인한 어획량 감소가 가격 불안을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축산물은 4.3%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달걀(6.0%), 돼지고기(4.4%), 국산 쇠고기(3.3%) 등이 올랐다.
공업제품 중에서는 석유류 가격이 전월 대비 0.3% 오르며 다시 상승 전환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전월엔 -2.3%를 기록했던 석유류 물가가 한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농산물은 전년 대비 1.8% 하락했으나, 과거 높은 가격 수준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과실류 가격은 7.4% 떨어졌으며, 배(-25.2%), 사과(-12.6%), 참외(-6.8%) 등의 하락폭이 컸다. 반면 마늘(24.9%), 호박(19.9%), 찹쌀(33.0%) 등 일부 채소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월 대비 2.4% 올라 이 중 개인서비스는 3.3% 상승했다. 외식 물가는 3.1%,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는 3.5%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를 각각 0.44%포인트, 0.69%포인트 끌어올렸다. 공공서비스는 1.3%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가전제품 수리비(25.8%), 보험료(16.3%), 사립대 납입금(5.2%), 치과진료비(3.2%) 등이 인상됐다. 집세는 0.8% 상승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근원물가 지표(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0% 상승해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2.4%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생필품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지수는 소비자 체감 물가를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한다.
박병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가공식품 가격은 제조업체 출고가 인상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