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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해도, 스마트워치 있어도…여성은 사랑도 이별도 안전치 않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5-08-21 12:23

여성을 겨눈 폭력은 더 이상 특정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집 안, 직장, 거리, 심지어 온라인 공간까지 이어진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도, 전혀 모르는 사람의 무차별 범행에서도 여성은 목숨을 잃거나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 정부는 분리 조치, 신변보호, 스마트워치 지급, 디지털 성범죄 차단 같은 제도를 마련했지만, 사건은 여전히 반복된다. 제도가 살아 있지 못하면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편집자 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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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따른 여성 대상 강력범죄 용인 오피스텔 피살 사건

경기 용인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8월 21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5분께 수지구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주민이 여성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CCTV 분석 결과, 새벽 시간대 한 젊은 남성이 피해자를 공격한 뒤 달아난 정황을 확인하고 추적 중이다. 경찰은 용의자 검거 시 살인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며, 관계성 범죄 여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수사하고 있다.

◆ 대전 상가 화장실 사건, 검찰 중형 구형

대전에서는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여성을 흉기로 찌른 뒤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군인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8월 19일 대전지법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시민 불안을 조성한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는 응급수술을 받고 생명은 건졌지만, 성격이 변할 정도의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변호인의 진술이 이어졌다. 반면 피고인은 심신미약과 초범 등을 이유로 감형을 호소했다.

◆ 친밀한 관계에서 반복된 살해

앞서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는 지난 5월 사실혼 관계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수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분리조치·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았으나 범행을 피하지 못했다. 8월 13일 경기 평택에서도 사실혼 관계 남성이 여성 배우자를 살해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또 7월 경기 의정부에서는 직장 내 스토킹을 당하던 50대 여성이 피살됐다. 세 사건 모두 친밀한 관계나 반복된 위협 신호가 있었음에도 치명적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

◆ 공공장소 ‘묻지마’ 범행

서울 강북구 미아역 인근 마트에서는 4월 22일 30대 남성이 전시용 흉기로 여성 손님을 살해하고 직원에게 중상을 입혔다. 법원은 8월 19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며, 경찰은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 통계로 본 여성 대상 범죄 양상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살인 사건은 2023년 291건에서 지난해 276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배우자·애인 등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84건에서 91건으로 늘어 전체 살인 사건의 33%를 차지했다. 이는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발생한 살인 사건(27건)의 세 배 이상이다.

살인뿐 아니라 살인미수(연인 관계 비율 약 23%), 강간(22%), 방화(16%) 등에서도 상당수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다. 체포·감금(31%), 협박(24%) 같은 폭력 범죄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112 신고 통계에서도 교제폭력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8만8394건으로 2019년(5만581건) 대비 75% 급증했다. 반면 전체 범죄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12% 줄어 대조를 이뤘다.

◆ 디지털 범죄까지 겹친 여성 안전 위협

여성가족부는 4월 25일 ‘제2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2025~2029년)’을 확정하고, AI 기반 딥페이크 감지·차단, 피해자 지원센터 24시간 운영, 통합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7월 31일 발표된 연차 계획에서도 같은 방향이 강조됐다. 그러나 실제 현장 대응과 기술적 차단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사건들을 종합하면 여성의 안전을 지키는 핵심 과제는 뚜렷하다”며 “반복 신고와 고위험 신호가 있을 경우 즉각적인 구속 수사와 강제 분리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주거지·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무차별 공격에 대비한 시설 안전망과 신속 대응 체계가 촘촘히 작동해야 한다”며 “특히 온라인·디지털 범죄는 유통 차단과 피해자 지원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 대상 범죄는 단순히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제도에서 방치된 위험의 결과”라며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만 쥐여주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해자를 격리하고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실효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살인·강간 같은 강력범죄 통계에서 친밀한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교제폭력 신고가 5년 새 75%나 늘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안전한 이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성범죄 예방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활동가 역시 “공공장소에서의 묻지마 범행, 온라인 공간에서의 딥페이크·몰카 등은 여성이 어디에 있든 불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법률만 제정해놓고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또다시 방치된다”고 말했다.

여성을 향한 범죄는 ‘가까운 남성’과 ‘낯선 가해자’라는 두 축 모두에서 나타난다. 사건은 줄지 않고, 제도는 현장에서 멈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령이나 계획의 선언이 아니라,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작동하는 안전망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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