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가 업황 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026년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동시에, AI 추론 확산에 따른 일반 서버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투자심리에 긍정적 요인이 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대신증권은 “최근 마이크론이 2026년 HBM 계획 물량을 모두 판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선두 업체들의 협상도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HBM4 공급이 본격화될 시점이 2026년 2분기라는 점과 제품 생산에 필요한 5~6개월 리드타임을 고려할 때, 올해 9월 내로 내년 연간 물량 협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연됐던 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시장 불안 요인이 해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협상 구도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연간 또는 반기 단위 계약이 일반적이었지만, HBM4는 분기·반기 단위 계약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HBM4 12단 가격은 시장 비관론(500달러 초반)보다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며, HBM3e 12단 대비 10% 중후반대 프리미엄이 예상된다”며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가격 인하 경쟁이 재현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AI 확산에 따른 일반 서버 수요 증가도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보고서는 “AI가 학습 단계를 넘어 추론 단계로 확산되면서 토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북미 클라우드 사업자(CSP)들이 DDR5와 eSSD 등 범용 메모리 구매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수요 확대에도 공급 병목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가격 협상에서 반도체 업체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대신증권은 “HBM 생산이 고부가 DDR5 생산 여력을 일부 잠식하면서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며 “이에 따라 4분기 범용 DRAM 가격 전망을 기존 3% 하락에서 2% 상승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투자 전략과 관련해 대신증권은 “8월 반도체 업종 주가 부진은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차익 실현 움직임 때문”이라며 “그러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가격 협상 구조가 개선되면서 주가 반등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업황 회복 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삼성전자 8만8000원, SK하이닉스 33만원으로 제시하고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