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약사’로 발표된 초대형 계약, 실제 고객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인 것으로 확인
온라인에서도 “자회사 계약을 왜 외부 수주처럼 발표했나”는 비판 이어져
[더파워 이경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외부 제약사로부터 받은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이라고 발표한 건이 실제로는 계열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물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조7028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하며 창립 이래 최대 규모 수주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당시 연 누적 수주액이 4조원을 넘어섰다고 소개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 기조를 부각했다.
문제는 당시 공개된 계약 상대가 외부 제약사가 아니라 100% 연결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였다는 점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시장에서는 내부 물량을 대형 신규 수주처럼 포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시에는 고객사명과 제품명이 비공개 처리됐고, ‘아시아 소재 제약사’라는 표현이 사용돼 해외 다국적 제약사 수주로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이 직전 존 림 대표가 일본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행사에서 “일본 톱 제약사 다수와 논의 중”이라고 언급한 점도 시장의 오해를 키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케다제약, 다이이찌산쿄 등 일본 대형 제약사 물량일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비판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주가 조작 아니냐”, “사기 아니냐”, “자회사 주문을 신규 수주처럼 발표했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도덕성 문제”를 언급하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확인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 물량도 공시 기준상 계약 공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시장이 외부 신규 수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을 선택한 점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향후 기업 공개 관행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