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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접고 말 수 있는 초강도 주름 구조 개발…‘사이언스 로보틱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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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접고 말 수 있는 초강도 주름 구조 개발…‘사이언스 로보틱스’ 게재

이상훈 기자

기사입력 : 2025-11-27 10:26

(왼쪽부터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정순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후연구원, 송재영 HD한국조선해양 연구원, 김찬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
(왼쪽부터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정순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후연구원, 송재영 HD한국조선해양 연구원, 김찬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
[더파워 이상훈 기자] 줄자처럼 말아 보관하면서도 전개 시 높은 강도를 유지하는 새로운 접이식 구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기계공학부 조규진 교수(인간중심 소프트 로봇 기술 연구센터장 및 서울대 로보틱스 연구소 SNU RI 창립 멤버) 연구팀이 종이접기 구조에 인터레이싱(interlacing) 원리를 적용한 ‘접고 말 수 있는 주름 구조(Foldable and Rollable corrugated structure, FoRoGated-Structure)’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6일 국제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제시한 FoRoGated 구조는 줄자처럼 중심 허브에 말아 콤팩트하게 보관하면서도, 전개 시에는 주름 구조 특유의 높은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평한 단면과 주름 단면 사이에서 형상을 전환해야 하는 기존 롤링 구조의 한계를 넘어선 설계라는 평가다.

줄자와 같은 롤링 구조는 보관 단계에서 허브에 부드럽게 감기기 위해 평평한 단면을, 전개 단계에서는 처짐을 줄이기 위해 주름 단면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름 구조를 여러 겹 접은 채 허브에 감으면 재료 두께 때문에 안쪽·바깥쪽 층의 둘레 차이가 생겨 찌그러짐과 구김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주름을 펼쳐 1개 층의 평판 상태로 감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주름이 많고 길어질수록 강도는 높아지지만 보관 폭이 넓어지는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름 구조에 ‘인터레이싱’ 원리를 도입했다. 인터레이싱 구조는 여러 구성 요소를 접착해 고정하는 대신, 서로 교차·맞물리도록 엮어 요소들 사이 틈에서는 미끄러짐과 재배열이 가능하지만 맞물림 방향으로는 하중을 주고받아 단단히 형태를 유지하는 구조를 말한다. 연구팀은 길이 방향으로 평행하게 배열한 금속 패널들을 서로 붙이지 않고 리본으로 촘촘하게 엮어 고리(루프) 형태의 인터레이싱 조인트를 구현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리본으로 구성된 이 조인트는 패널 간 조밀한 구속을 제공해 강한 접이식 주름 구조를 형성하는 동시에, 루프 틈을 따라 패널들의 국소적인 미끄러짐을 허용해 겹겹이 접힌 상태에서도 허브에 부드럽게 감기도록 한다.

그 결과 층간 둘레 차로 인해 발생하는 응력 집중은 미끄러짐으로 완화하고, 촘촘한 엮임 밀도는 단면 안정성을 높여 전개 시 높은 강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단단한 소재 패널을 리본으로 엮는 방식 덕분에 주름 개수가 아무리 많아도 구조를 여러 겹 접어 말아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론 제시에 그치지 않고 단일 모터로 구동되는 ‘길어지는 로봇 팔’을 제작해 다양한 전개형 로봇 시스템에의 적용 가능성을 실험했다. 우선 로봇청소기 크기의 소형 모바일 로봇에 적용해, 수납 시에는 낮은 높이를 유지하다가 팔을 전개하면 선반 정리,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 등 높은 위치 작업을 수행하는 데모를 선보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로봇청소기가 바닥 청소를 넘어 어린이 장난감 정리나 세탁물 운반 등 집안 곳곳의 손이 많이 가는 일을 대신하는 ‘팔 달린 가사 로봇’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지름과 높이가 약 1m인 모바일 로봇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면, 밑변 약 3.2m, 높이 약 3.4m의 정삼각뿔 프레임으로 전개된 뒤 높이 약 2.5m의 구조물을 출력하는 모바일 3D 프린팅 로봇 데모도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달·화성처럼 사람이 직접 가기 어려운 환경에서 로봇이 스스로 이동하며 건축물을 세우는 미래 건설 시스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처럼 작은 부피로 콤팩트하게 보관되면서도 전개 시 실제 작업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이번 성과가 직접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동 주저자인 정순필 박사(현 서울대학교 재직)와 송재영 석사(현 한국조선해양 근무)는 “직물처럼 교차·맞물리는 인터레이싱 원리를 접힘 구조에 적용해 다층 구조의 층간 둘레 차 문제를 구조적으로 흡수하도록 설계했다”며 “그 결과 접고 말아 보관하는 이중 압축 방식으로 콤팩트한 보관이 가능하면서도, 전개 시 촘촘한 엮임으로 높은 강도를 확보하는 종이접기 구조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조규진 교수는 “우리는 종종 휴머노이드라는 한 가지 형태에서 해법을 찾으려 하지만, 실제 현장의 많은 문제는 환경과 과업에 따라 요구 조건이 달라진다”며 “이번 연구는 형태를 바꾸어 공간과 과업에 맞게 전개되는 로봇이 피지컬 AI의 실용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정순필 박사는 현재 서울대학교 바이오로보틱스 실험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이번에 제안된 구조를 실제 로봇청소기 로봇팔로 탑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송재영 석사는 HD한국조선해양 자율제조로봇 연구실에서 로봇을 활용한 조선 공정 자동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고 한국연구재단(NRF)이 추진하는 연구과제(RS-2023-00208052)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상훈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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