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지난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명백한 인재(人災) 였다. 그러나 국가는 이 사실을 1년 동안 숨겨왔다.
최근 SBS 보도를 통해 공개된 국토교통부 발주 연구용역 보고서는 이 참사가 결코 ‘불가항력적 사고’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시뮬레이션 결과로 도출됐다.
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항공기 충돌 시뮬레이션과 좌석별 충격량 분석을 통해 확인된 과학적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는 사고 이후 1년 동안 유가족에게 단 한 줄도 공개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경찰은 둔덕 관련 용역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료 공개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문제의 둔덕 관련 연구용역은 국토교통부가 직접 발주하고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사업이다.
사고의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는 기관이 스스로 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결과를 관리하며, 유가족의 반복된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미흡이 아니라 유가족을 기만한 행위이다. 그런만큼 조사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사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유가족은 지난 1년을 ‘만약’으로 살았다. 유가족들은 지난 1년 동안 수없이 같은 질문을 되 뇌었다.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지 않았다면. 조류 충돌이 없었다면. 다른 공항, 다른 항공사였다면. 연말 과로가 누적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만약 그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유가족들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적어도 전원 사망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참사는 둔덕 하나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단순 사고가 아니다.
조류 충돌, 관제 문제, 기체 상태와 정비, 인적 요인, 그리고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이 얽힌 복합 항공 참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둔덕이 그 자리에 존재했는지,왜 2020년 공항 개항 당시 바로잡지 않았는지, 왜 사고 이후 1년 동안 진실이 가려졌는지에 대해서는여전히 책임 있는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4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즉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즉각적인 공식 사과(둔덕 조사와 정보 은폐에 대한 사과 포함). ▲조사기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법 개정의 조속한 마무리 .▲사고 이전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조사 자료를 유가족에게 빠짐없이 공개할 것. ▲국정조사를 통해 둔덕 설치 경위와 관리 책임, 복합 사고 원인 전반을 명백히 규명할 것. 등이다.
유가족들은 “우리는 더 이상 민원인이 아니다. 우리는 이 참사의 당사자이며,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179명의 생명이 희생된 이번 참사는 덮고 넘어갈 수 있는 사고가 아니다. 진실이 공개되지 않는 조사, 책임이 없는 수습은 또 다른 참사를 부를 뿐이다."며 "반드시 사실을 밝혀낼 것이며 국가가 질문에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덧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