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 회복과 해외투자 배당 소득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가 1230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 경상흑자 1230억5000만달러는 종전 최대였던 2015년 1051억달러를 약 180억달러 웃도는 규모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제시했던 연간 전망치 1150억달러를 80억달러 이상 상회한 수준으로, 반도체 경기 반등과 함께 해외 자산에서 거둔 투자 소득이 기대 이상으로 늘어난 결과라는 평가다. 이로써 우리 경제는 10년 만에 경상수지 흑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187억달러 흑자로 집계돼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2025년 9월 142억2000만달러를 40억달러 이상 웃돈 수치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3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기간을 이어가게 됐다.
흑자 확대를 이끈 것은 상품수지다. 지난해 연간 상품수지는 1380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7189억4000만달러, 수입은 5808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2월 한 달 상품수지는 188억5000만달러 흑자로 월별 기준 역대 최대였다.
같은 달 수출은 716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1% 증가해 역대 월간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IT 품목이 큰 폭으로 늘었고, 비IT 품목에서도 기계류·정밀기기·의약품 등이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은 528억달러로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유제품·석탄 등 원자재 수입이 줄었으나, 승용차·금 등을 중심으로 소비재 수입이 17.9% 늘면서 전체 수입은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연간 기준으로 34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 적자(134억9000만달러)가 전체 서비스 적자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12월만 놓고 보면 서비스수지는 36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28억5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겨울방학과 연말을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12월 여행수지는 14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반면 본원소득수지는 역대 최대 수준의 흑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본원소득수지는 279억2000만달러 흑자였고, 이 가운데 투자소득수지는 301억7000만달러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배당소득은 201억9000만달러, 이자소득은 99억8000만달러로 나타났다.
12월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47억3000만달러로 전월(15억3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는데, 특히 배당소득수지가 9억3000만달러에서 37억1000만달러로 급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전소득수지는 연간 84억2000만달러, 12월 11억9000만달러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지난해 한 해 동안 1197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직접투자는 254억3000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으며, 증권투자는 877억3000만달러 늘었다.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는 1402억8000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525억4000만달러 늘었다.
12월 한 달 기준 금융계정 순자산 증가는 237억7000만달러였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64억9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51억7000만달러씩 늘었고,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143억7000만달러 증가한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56억8000만달러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됐고, 해외투자에서 발생한 배당·이자 수익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며 “서비스수지 적자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