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우리 사회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전례 없는 엄벌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법조계는 폭행이나 협박의 유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 능력이 불충분한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죄목이 ‘의제강간’, 즉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다.
형법 제305조에 규정된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한 자를 강간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추행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의제강제추행으로 처벌된다. 그런데 2020년 형법 개정을 통해 보호 대상 연령이 16세 미만으로 상향되었고, 상대방이 19세 이상의 성인인 경우에 한해 처벌 대상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미성년자가 외견상 동의를 표명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결과다.
의제강간은 피해자의 주관적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오직 '연령'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 실제로 판례는 의제강간 소송에서 동의의 존부는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하더라도, 피해자의 연령이 법적 기준 미만이라면 그 동의는 법률적으로 무효화되며 가해자의 행위는 곧바로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과 물리적 강제력 행사가 핵심 쟁점이 되는 것과 달리, 의제강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연령 인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다. 최근에는 SNS나 채팅 앱을 통해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의 프로필이나 대화 내용, 외견상 모습 등을 통해 연령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면 고의를 인정하는 추세다.
게다가 디지털 포렌식 기술의 발달로 대화 내역이나 검색 기록이 고스란히 복원되는 현대 수사 환경에서, 연령을 몰랐다는 취지의 부인은 객관적 물증에 의해 배척당하기 쉽다. 결국 의제강간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사실관계의 부인이 아니라, 행위 당시 피고인이 처했던 구체적 상황과 연령 인지에 대한 착오의 정당성을 법리적으로 어떻게 소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법무과 소송계장을 역임하며 수사 구조의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파악해 온 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대표변호사는 “의제강간 사건은 그 특성상 피해자 진술에 높은 가중치가 부여될 수 밖에 없고 피의자의 진술 번복이나 비협조적 태도는 구속 수사의 사유나 양형의 가중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일반 성범죄와 달리 '동의'라는 방어 논리를 펼칠 수 없기 때문에 그 특수성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