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비만·당뇨 치료 약물이 GLP-1 단독 조절을 넘어 여러 호르몬 경로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른바 ‘복합 조절’ 전략으로 진화하면서 체중을 20% 이상 줄이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가능성이 제기됐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 연구팀은 12일 세계적인 당뇨·비만 전문가들과 함께 국제 학술지 'Endocrine Reviews'에 2형 당뇨병·비만 치료제의 최신 동향을 정리한 리뷰 논문을 게재하고, 신약 개발 전략과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에는 임수 교수팀과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손장원 교수 연구팀, 독일 보훔대학교의 비만·당뇨 권위자 마이클 넉 박사가 공동 참여했다.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 등으로 대표되는 GLP-1 계열 약제가 장·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신호를 조절해 식욕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원리에서 출발해, GIP·글루카곤·아밀린·PYY 등 다양한 경로를 동시에 겨냥하는 복합 작용제로 진화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손장원 교수는 기존 GLP-1 계열이 평균 15% 안팎의 체중 감소를 보여 비만 치료의 기준선을 끌어올린 만큼, “복수 인크레틴과 대사 호르몬을 동시에 조절하는 차세대 약물은 체중 감소율이 20%를 넘는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복용 방식의 변화도 주목됐다. 기존 GLP-1 기반 치료제는 주사제가 중심이었지만, 위의 산성 환경과 소화 효소에도 안정적이면서 흡수 보조제 없이 복용 가능한 경구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경구용 GLP-1 계열 후보물질들이 주사제 대비 환자 편의성을 크게 높이면서도 유사하거나 개선된 혈당·체중 감소 효과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효과가 커질수록 부작용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임수 교수팀은 현행 GLP-1 계열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전체 체중 감소량의 약 20~30%가 근육 감소와 연관돼 있었다고 짚었다. 특히 비만 치료제는 장기간 투약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만큼, 향후 개발되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는 근감소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용량·속도 조절, 병행 운동·영양 관리 등 통합 전략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GLP-1 계열에서 흔히 보고되는 오심·구토·설사 등 위장관 부작용은 대부분 일시적이며,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여러 단계로 천천히 증량하는 방식이 내약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연구진은 비만·당뇨병 치료제의 목표가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심장·신장 등 전신 합병증 위험을 낮추는 데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리뷰에 따르면 GLP-1 계열 약제는 대규모 연구에서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만성콩팥병과 같은 신장 합병증을 줄이는 효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는 만성콩팥병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투석 등 주요 신장 사건 위험을 24% 감소시키고, 전체 사망률을 20% 낮춘 연구 결과가 소개되며,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당뇨–심장–신장’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통합 관리 전략의 근거로 제시됐다.
임수 교수는 “최근 GLP-1을 기반으로 GIP, 글루카곤, 아밀린 등 여러 인크레틴과 대사 호르몬을 조합하는 새로운 비만·당뇨병 치료제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에너지 섭취·흡수·소비를 복합적으로 조절하는 차세대 비만약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체중 감소 효과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근감소증을 포함한 장기 부작용을 면밀히 살피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