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철도차량과 전기버스 제조업체 우진산전이 협력사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주지 않고 일부 자료에 대해 비밀유지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진산전의 기술자료 관련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2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우진산전은 철도차량 축전지와 전기버스 배터리팩 제조를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해 납품받는 과정에서 기술자료 11건을 이메일 등으로 요구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가 된 자료는 축전지 구성품 설명서, 2D·3D 도면, 고장 및 소요재료 명세서, 배터리팩 유지관리 지침서, 모니터링 프로그램과 매뉴얼 등이다. 공정위는 이들 자료가 기술적으로 유용하고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를 가진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축전지 관련 자료에는 규격에 따른 적용 범위와 구성, 부품, 기술사양, 부품 고장률, 고장유형, 유지보수 작업 정보, 명칭, 재질, 규격 등이 담겼다. 배터리팩 관련 자료에는 배터리팩 구성도, 전장부품 조립도, 사용·정비·점검에 필요한 정보, 모니터링 프로그램 사용법 등이 포함됐다.
공정위 판단의 핵심은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의무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진산전은 2021년 1~2월 축전지 관련 기술자료 8건을 요구·수령하면서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2022년 1~4월에는 배터리팩 관련 기술자료 3건을 요구·수령하면서 요구 서면을 주지 않았고, 비밀유지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더라도 요구 목적,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등 핵심 사항을 적은 서면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기술자료를 제공받는 날까지 자료 범위, 보유 임직원 명단, 비밀유지 의무, 목적 외 사용 금지, 위반 시 배상 등을 포함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가 실제 유용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자료 유용을 막기 위한 절차적 안전장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수급사업자는 자료에 비밀문서 표시를 하고 접근 인원을 제한했으며, PC 비밀번호 설정과 임직원 보안교육 등을 통해 자료를 비밀로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점을 토대로 해당 자료가 하도급법상 보호 대상인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우진산전에 향후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말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26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기술유용 행위뿐 아니라 기술자료 요구 서면 미교부, 비밀유지계약 미체결 등 절차 위반행위도 집중 감시할 계획"이라며 "기술유용과 기술자료 요구 서면 미교부 등을 억제하기 위해 정액과징금 상향과 과징금 부과기준 합리화 등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