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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금융사기①] 2명 중 1명은 노출됐다…AI 타고 ‘대중형 범죄’ 된 금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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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금융사기①] 2명 중 1명은 노출됐다…AI 타고 ‘대중형 범죄’ 된 금융사기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05 09:00

보이스피싱·투자사기 피해 1.7조원대…신뢰 유도부터 개인정보 탈취까지 수법 정교화

출처 Magnific
출처 Magnific
[더파워 이경호 기자] 금융사기가 더 이상 일부 취약계층만을 노리는 범죄가 아니라 전 연령층을 향한 대중형 범죄로 번지고 있다. 전화와 문자, 메신저를 넘어 유튜브·텔레그램·가짜 투자앱까지 활용되면서 피해 규모도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진화하는 금융사기, 모두의 경계가 필요한 시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최근 2년 안에 금융사기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금융소비자는 49.9%로 집계됐다. 금융소비자 2명 중 1명은 보이스피싱이나 투자사기 등 금융사기 시도에 노출된 셈이다.

실제 금전 피해로 이어진 비중도 13.3%에 달했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은 전기통신금융사기가 약 954만원, 투자사기가 약 2111만원으로 나타났다. 투자사기는 한 번 피해가 발생하면 손실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피해자 가운데 피해 금액을 전혀 회수하지 못한 비중은 전기통신금융사기 36.6%, 투자사기 44.6%로 나타났다. 사기 피해가 발생한 뒤에는 상당수 피해자가 금전적 손실을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사기는 크게 전기통신금융사기와 투자사기로 나뉜다. 전기통신금융사기는 전화, 문자, 메신저, 인터넷 등을 이용해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가족, 지인을 사칭하는 방식이다. 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 파밍, 스미싱, 해킹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사기는 고수익 욕구를 노린다. 가상자산, 주식, 신기술, 부동산,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자금을 빼내는 방식이다. 리딩방 사기, 비상장 주식 과장 판매, 가짜 HTS·MTS 투자 유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수법은 달라도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먼저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유명 인플루언서, 지인 등을 내세워 피해자의 경계를 낮춘다. 이후 신분증, 계좌번호, 통장 사본, 인증번호 등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요구하거나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한다. 마지막에는 피해자 계좌에서 자금을 빼내거나 대출을 실행한 뒤 연락을 끊는다.

/하나금융연구소
/하나금융연구소


최근에는 이 과정에 기술이 결합되고 있다. 과거 금융사기가 대면 접촉이나 전화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비대면성과 익명성을 기반으로 불특정 다수를 동시에 노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해외에 사무소를 두거나 중간 연락책을 동원하는 등 조직적·국제적 범죄 형태도 확대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사기 수법도 등장했다. 목소리나 화면을 조작해 피해자가 비대면 상황에서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통화 상대나 영상 속 인물이 실제 지인 또는 기관 관계자인지 즉각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금융사기 접근 경로도 유형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보고서가 인용한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조사에 따르면 피싱은 문자 접근 비중이 45.2%로 가장 높았고, 전화 33.5%, 메신저 27.5% 순이었다. 반면 투자사기는 SNS 27.8%, 온라인 커뮤니티 27.0%, 메신저 25.0%, 전화 24.4% 등 여러 채널에 분산돼 있었다.

피해 연령층도 넓어졌다. 과거에는 디지털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주요 피해자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금융거래 경험이 적은 청년층도 투자사기 피해를 입거나 보이스피싱 공급책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령층은 노후자산을 미끼로 한 투자사기에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피해 규모는 이미 경고 수준이다. 보이스피싱과 유사수신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피해금액은 2024년 약 1조7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향후 피해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로맨스스캠 피해도 빠르게 커졌다. 연애 관계를 빙자해 자금을 편취하는 로맨스스캠은 2024년 2월부터 12월까지 675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2025년에는 1360억원으로 약 2배 늘었다.

/하나금융연구소
/하나금융연구소


투자사기 피해액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투자사기의 2025년 월평균 피해액은 548억원으로, 2023년 317억원보다 약 1.7배 증가했다. 최근 2년 누적 피해액은 1조4951억원으로 추정됐다.

금융사기가 커지는 배경에는 범죄 조직의 고도화가 있다. 사기 조직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역할, 신뢰를 쌓는 역할, 자금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나눠 움직인다. 피해자는 자신이 어느 단계에서 범죄에 걸려들었는지조차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기가 단순한 개인 부주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통신·플랫폼 환경 전반의 구조적 위험으로 번졌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에게만 주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AI와 비대면 기술을 활용한 범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사기 대응의 출발점은 피해 양상에 대한 데이터 축적과 신속한 정보 공유다. 어떤 채널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어떤 소비자층이 어떤 유형에 취약한지, 피해금이 어떤 계좌와 경로를 거쳐 이동했는지를 정교하게 분석해야 한다.

금융사기는 ‘속는 사람의 문제’라는 인식을 넘어섰다. 사기범은 기술과 심리를 동시에 파고들고, 피해자는 일상적 금융거래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판단을 요구받는다. 금융사기가 생활 속 범죄로 진화한 만큼, 개인의 경계와 함께 금융회사·정부·통신사·플랫폼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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