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 문제가 다시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광주 민간공항 이전 일정이 명확히 반영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안군민들의 불안과 불신이 커지는 데서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광주 군공항 이전 논의 과정에서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을 당연한 수순처럼 설명해 왔다. 그러나 정작 국가계획에서는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이행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이 "정말 이전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국토교통부는 수년째 반복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은 원론적인 설명이 아니다. 언제 이전할 것인지, 어떤 절차로 추진할 것인지, 국가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는 "추진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광주시는 군공항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민간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만 바라보고 있다. 상생을 이야기하면서도 무안군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확실한 보장책이나 실행 방안 제시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남도도 마찬가지다. 전남도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상생과 협력을 강조해 왔지만 정작 정부의 확약을 받아내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국가계획 반영 여부와 추진 일정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논란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무안군의 대응이다. 무안군은 그동안 "민간공항 선이전"과 "정부의 확실한 보장"을 요구해 왔다. 이는 지역의 입장에서 당연한 주장이다. 문제는 그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성과를 냈느냐는 것이다.
국가계획에 이전 일정이 빠질 가능성이 있었다면 수개월 전부터 대응했어야 했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강력한 정치적 설득과 압박에 나섰어야 했다. 필요하다면 지역 정치권과 힘을 모아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안군이 보여준 모습은 적극적인 협상가가 아니라 소극적인 관망자에 가까웠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성명서를 내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정작 정부의 입장을 바꾸거나 확약을 받아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군민들은 결과를 원하지만 행정은 입장 발표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무안군이 지역의 미래 전략을 주도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공항 이전이 실현될 경우 어떤 발전 전략을 추진할 것인지, 이전이 지연될 경우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 것인지, 군공항 이전과 연계해 어떤 조건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면 단순한 찬반 논리를 넘어 실질적인 협상 전략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무안군의 대응은 반대와 우려 표명을 반복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더 이상 정치적 수사나 희망 섞인 전망을 원하지 않는다. 국가계획에 명시된 일정과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원한다. 무엇보다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강한 지방정부를 원한다.
정부는 계획으로 답해야 하고, 광주시는 신뢰, 전남도는 조정 능력으로 답해야 한다. 그러나 7월 1일이면 전남광주 통합시가 출범한다. 이제 책임소재는 의미상실 지경이 됐다. 분명한 건 무안군이 결과로 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군민들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다. "무안군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무안군 역시 이번 논란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리학에 거리가 멀수록 상호 작용이 줄어든다는 '거리 마찰'의 원리가 있다. 시속 300km의 고속철도와 260~300km의 민항기는 물리적인 거리를 줄여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근간이 된다. 2,000년 전 로마 제국이 거미줄 같은 도로망을 갖춰 정복과 중앙의 문명을 제국 구석구석까지 전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무안에는 고속철이나 민항기 단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