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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옮겨 다니면 나쁘다” 통념 흔들었다…노쇠 환자 연구 주목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6-06-24 09:42

경희대병원 김선영 교수팀, 한국·대만 국가보험 자료 공동연구…‘한빛사’ 등재

김선영 교수
김선영 교수
[더파워 이설아 기자] 여러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는 진료 방식이 모든 환자에게 같은 의미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강한 중장년층에서는 사망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지만, 노쇠한 환자군에서는 오히려 사망위험이 낮아지는 양상이 확인됐다.

경희대병원은 가정의학과 김선영 교수팀이 대만 연구팀과 국가 단위 데이터를 분석해 노인의학 전문 진료 모델을 결정하는 기준이 단순 연령이 아니라 환자의 ‘노쇠’ 상태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이혜진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는 ‘진료 분절화’는 의료 질을 낮추는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진료 정보가 흩어지고 관리 연속성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노쇠 환자에게서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진료 분절화-사망률 역설’로 설명했다. 노쇠 환자가 여러 진료과와 의료기관을 찾는 행위가 단순한 의료 오남용이 아니라, 복합적인 건강 문제를 다루기 위한 필요한 진료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한국 39만2466명, 대만 37만997명 등 45세 이상 국가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노쇠군을 비교·분석했다. 전체 분석 대상은 76만명 이상이다.

분석 결과 노쇠 정도가 심해질수록 외래 방문은 4~5배, 입원율은 6~10배 증가했다.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진료 분절화가 있는 건강한 중장년층의 사망위험은 1.69배 높아졌다.

반면 중등도 노쇠 환자군에서는 진료 분절화가 있을 때 사망위험이 0.67배로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현재 의료체계에서 노쇠 환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봤다.

김선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료연속성을 우수한 의료 질의 지표로 판단해 온 기존 정책의 한계를 보여줬다”며 “일상 진료에 표준화된 노쇠 평가를 도입하고, 노인의학 전문 인력과 진료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체계가 통합성을 가진 다학제 체계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문은 ‘노쇠 상태에 따른 중년 및 고령층의 진료 연속성과 사망률 간 관계의 변화: 대만과 한국의 국가 데이터를 이용한 증거’라는 제목으로 ‘악액질·근감소증과 근육 저널’에 게재됐다.

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추천 논문으로 선정됐다. 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은 세계적 수준의 학술지에 게재된 국내 연구자의 우수 연구성과를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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