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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가 지갑을 열었다…백화점으로 몰리는 외국인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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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가 지갑을 열었다…백화점으로 몰리는 외국인 소비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30 15:3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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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 소비시장의 회복 동력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내수 회복이 임금과 고용, 가계소득의 완만한 개선에 기대왔다면, 올해는 반도체 수출 호황과 증시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 K컬처 확산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소비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신증권은 30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소비 회복의 핵심 변수로 반도체 경기, 외국인 인바운드 수요, 고가 소비재 매출 증가를 제시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소비가 수출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라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 호황이 수출과 국내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5월 수출 증가율은 53%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169% 늘었고, 비반도체 수출은 16%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액은 42억8000만달러로 처음 40억달러를 넘어섰다. 일평균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82%로 제시됐다. 대신증권은 반도체 비중이 2024년 21%에서 올해 5월 42%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소비 지표도 달라졌다. 국내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지난해 1·2분기 1%대에 그쳤지만, 3분기부터 3%대에 진입했고 올해 1분기에는 5.1%까지 높아졌다. 소비자심리지수도 4월 99.2에서 5월 106.1로 회복됐다. 보고서는 증시 회복과 자산 가격 상승, 민생회복쿠폰 지급 효과가 소비 회복에 영향을 줬다고 봤다.

특히 반도체 기업 실적과 소비심리의 연결고리가 강조됐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두 기업의 실적이 소비심리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수출 호조와 국내총생산 성장을 이끌고, 이후 내수 소비심리가 좋아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반도체 성과급의 소비 파급력도 언급했다. SK하이닉스 성과급이 2027년 지급 예정 기준 20조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국내 소매시장 규모 대비 3.1%에 해당하고, 세금을 고려한 영향력도 1.8~2.0%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반도체 한 기업의 성과급이 추가경정예산에 버금가는 소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 회복은 모든 업태에 고르게 퍼지기보다 고가 소비재와 백화점에 먼저 집중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를 K자형 소비 회복으로 설명했다. 고소득층 소비와 외국인 인바운드 수요가 명품, 주얼리, 패션, 호텔, 미용 등 사치성 소비재로 이동하면서 백화점 성장률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은 내수 회복과 외국인 매출 증가가 겹치며 급상승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4월 기준 편의점 기존점 성장률은 5.8%였지만 대형마트는 -6.6%를 기록했다. 백화점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와 패션, 아동·스포츠, 가정용품 등 비식품 부문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5월 백화점 합계 매출 증가율은 24.5%로 제시됐다.

외국인 소비는 이번 소비 회복의 또 다른 축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을 처음 넘어섰고, 올해 정부 목표치는 2300만명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내수시장에서 외국인 카드 사용액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백화점 외국인 매출 비중도 빠르게 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 4~5% 수준에서 올해 2분기 7~8% 수준까지 상승했다. 대신증권은 당분간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아지며 내수 소비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사례는 한국 백화점 재평가의 비교 대상으로 제시됐다. 일본은 한국보다 1년 먼저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선 외국인 방문 회복을 경험했다. 2022~2024년 일본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각각 0.9%, 1.5%, 0.1%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일본 내수 소매시장은 각각 2.6%, 5.6%, 2.5% 성장했다.

일본 백화점의 변화도 컸다. 2022~2024년 일본 백화점업계는 연평균 9% 성장했고, 같은 기간 면세 매출액은 연평균 14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각각 2%포인트씩 개선됐다. 대신증권은 당시 일본 백화점 업체들이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부산의 핵심 점포 보유 여부가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외국인 관광객 동선이 명동, 강남, 잠실, 부산 등으로 몰리면서 해당 지역 랜드마크 점포의 실적 기여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와 롯데의 서울 명동 본점, 강남, 잠실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37~38% 수준이다.

서울 주요 점포 매출 성장률은 20% 이상을 기록하며 7~8% 이상의 성장률을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 지역 점포도 주목됐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부산 지역 점포는 매출의 13~1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점포가 두 자릿수 성장을 하면서 1~2%포인트의 추가 성장률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와 롯데, 현대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증가율도 가파르다.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분기 외국인 매출 증가율이 전점 기준 93%, 본점 103%, 잠실 77%, 부산 3개점 125%로 제시됐다.

신세계는 2분기 전점 기준 110%, 본점 360~460%, 강남 49%, 센텀 1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도 2분기 전점 기준 외국인 매출 증가율이 20~66%로 집계됐다.

K컬처의 영향도 단순한 이미지 개선을 넘어 실제 소비로 연결되고 있다. 보고서는 CNN의 K컬처 관련 프로그램, 해외 SNS 게시물, 외국인 여성 관광객의 한국 여행 후기 등을 예로 들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소비 범위가 음식, 미용실, 피부과 클리닉, 베이커리, 쇼핑, 호텔, 지하철, 공항버스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백화점의 성격도 바뀐다. 과거 백화점은 내국인 고소득층의 소비 채널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이 명품과 화장품, 패션, 식품을 함께 소비하는 인바운드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면세점 중심이던 외국인 쇼핑 수요가 백화점과 도심 상권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편의점도 회복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신증권은 편의점 실적 개선의 이유로 지난 2년간 점포 구조조정, 소비 회복, 고환율에 따른 해외 소비 증가 둔화를 꼽았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저녁 모임 횟수가 늘며 야간 트래픽이 개선됐고, 숙취해소제와 아이스크림 등 특정 상품군 수요가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다만 유통주 안에서도 차별화는 뚜렷하다. 대신증권은 국내 기관투자자 반응을 인용해 “편의점도 좋아 보이는데 백화점이 압도적으로 좋아서 백화점을 산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유통주 안에서도 백화점 중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주가 흐름에서도 차이가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주가 상승률은 SK하이닉스 245%, 삼성전자 147%, 신세계 123%, 코스피 97%, GS리테일 29%로 제시됐다. 대형 기술주 쏠림이 강하지만, 유통주 가운데서는 신세계처럼 인바운드와 명품 소비 수혜가 뚜렷한 종목이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의 유통 커버리지 기준 목표주가는 호텔신라 9만원, 롯데쇼핑 26만원, 신세계 100만원, 현대백화점 25만원, 이마트 15만원, GS리테일 3만원, BGF리테일 17만원으로 제시됐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은 신세계 8020억원, 롯데쇼핑 7980억원, 현대백화점 4290억원, 이마트 5740억원, GS리테일 3520억원, BGF리테일 2900억원 등이다.

의류 업종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와 거래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와 스포츠 브랜드 밸류에이션이 비교됐다. 영원무역, 미스토홀딩스, F&F 등이 커버리지에 포함됐고, 영원무역은 올해 매출 4조4220억원, 영업이익 6180억원이 전망됐다. 미스토홀딩스는 매출 4조7380억원, 영업이익 5420억원, F&F는 매출 2조710억원, 영업이익 5370억원으로 제시됐다.

결국 이번 유통·의류 업종의 핵심은 단순한 소비 회복이 아니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자산 효과와 성과급 기대를 만들고, K컬처가 외국인 소비를 끌어오며, 그 돈이 백화점과 럭셔리 소비재에 먼저 쌓이는 구조다. 소비 회복의 온기가 모든 업태에 동시에 퍼지기보다 외국인이 찾는 점포, 고가 상품을 파는 채널, 구조조정을 끝낸 업태로 선별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 연구원은 한국의 소비가 반도체 업황과 수출, 증시 흐름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구조라고 봤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과 K컬처 기반 소비가 더해지면서 백화점 중심의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하반기 유통주는 소비 회복의 총량보다 어디에 돈이 몰리는지를 가려내는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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