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국내 자산운용사의 펀드 의결권 행사와 공시 내역을 점검한 결과, 의결권 행사율과 반대율은 개선됐지만 일부 운용사의 공시 충실도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85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121개사는 의결권 안건의 절반 이상을 형식적인 문구로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의결권 행사 내역을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공·사모 자산운용사 285개사를 대상으로 총 4만6827개 안건을 점검했다고 6일 밝혔다. 점검 항목은 의결권 행사·불행사 사유 기재 현황, 의결권 행사 내부지침 공시 현황, 공시서식 작성기준 준수 여부 등이다.
점검 결과 의결권 행사율은 91.8%, 반대율은 8.2%로 집계됐다. 의결권 행사율은 2024년 79.6%에서 2025년 91.6%, 2026년 91.8%로 높아졌고, 반대율도 같은 기간 5.2%, 6.8%, 8.2%로 상승했다. 다만 2025년 국민연금의 행사율 99.8%, 반대율 23.1%와 비교하면 반대 의결권 행사는 낮은 수준이다.
전체 안건 가운데 찬성은 3만8602건으로 82.4%를 차지했다. 반대는 3848건, 중립 행사는 531건, 불행사는 3846건이었다. 주요 반대 안건은 임원 보수 1006건, 정관 변경 1200건, 이사·감사 선임 및 해임 1163건 등이었다.
공시 내용의 충실성에서는 한계가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285개사 중 121개사, 42.4%가 의결권 안건의 절반 이상을 ‘주주총회 영향 미미’, ‘주주권 침해없음’ 등 형식적 내용으로 기재했다. 일부 사모운용사는 임원 선임, 정관 변경 등 서로 다른 유형의 안건에도 동일한 사유를 반복 기재해 투자자가 실제 행사 근거를 파악하기 어렵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지침 공시도 완전하지 않았다. 285개사 중 59개사는 법규 나열 수준의 기본정책만 공시하고, 안건별 행사근거가 담긴 세부지침은 공시하지 않았다. 51개사는 2023년 10월 개정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반영하지 않는 등 내부지침을 형식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소 공시서식 준수에서도 오류가 확인됐다. 87개사는 의안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고, 68개사는 의안 유형을 기재하지 않았다. 134개사는 대상 법인과의 관계를 적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 같은 기본 공시서식 기재 오류가 일반사모운용사에서 다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공모운용사 67개사를 대상으로 한 주주권행사 체계 점검에서는 규모별 차이가 컸다. 대형 공모운용사는 전담조직, 의사결정기구, KPI 등 내부통제 체계를 개선해 온 반면, 중·소형사는 관련 인프라 구축이 아직 미흡했다. 18개사만 의결권 등 주주권행사 관련 전담조직을 별도로 운영했고, 40개사는 주요 안건 심의를 위한 수탁자책임위원회 등 별도 의사결정기구를 설치했다.
금감원은 삼성, NH-Amundi, VIP를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삼성은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KPI를 운영했으며, 의사결정기구를 강화했다. NH-Amundi는 의결권행사위원회와 수탁자책임위원회를 이원화해 운영했고, VIP는 소형사임에도 전담조직 인원이 운용규모 대비 많고 주주서한과 경영진 면담 등을 적극 수행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신한, 우리, 삼성액티브는 개선이 필요한 사례로 꼽혔다. 신한은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사유를 일괄 기재했고, 주주권 행사 관련 별도 의사결정기구와 KPI 체계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의결권 찬성률이 91.5%로 높은 가운데 의결권 행사 사유 중복기재율이 73.4%로 대형 공모운용사 중 가장 높았다. 삼성액티브는 의결권 행사 사유 중복기재율이 77.3%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의결권 행사와 공시의 정량적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미흡사례 대부분이 소형 사모운용사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대형사는 주주권 행사 체계를 일정 수준 갖춘 반면 중·소형사는 내부 관리체계와 이해상충 방지체계 등에서 격차가 있다고 봤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를 토대로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와 공·사모운용사 대상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인의무 이행 강화와 주주권의 충실한 행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점검 기준과 모범·미흡 사례를 안내해 운용사의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