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플랫폼 ‘HARP-pSAR’ 활용…근육 증가·지방 감량 동시 겨냥 HM17321 미국 임상 1상 진행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 한승수 선임연구원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ISMB 2026에서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HARP-pSAR’를 활용해 근육 강화 기반의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을 도출한 연구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토대로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더파워 이설아 기자] 한미약품이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설계와 임상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단백질 서열의 미세한 변화에 따른 약리 활성을 예측하고, 최적의 후보물질 설계 방향까지 제안하는 차세대 신약개발 기술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 분자생물학 지능형 시스템 학술대회 ISMB에서 자체 개발 AI 플랫폼 ‘HARP-pSAR’을 활용한 신약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4일 밝혔다.
ISMB는 생물정보학과 계산생물학 분야의 주요 국제 학술대회다. 올해 학회에서는 AI가 단순 예측 도구를 넘어 실제 연구 현장의 문제 해결과 신약개발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주요 경쟁력으로 다뤄졌다.
한미약품이 발표한 연구는 AI 모델의 예측 성능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AI가 제안한 단백질 서열 설계가 실제 실험 검증과 후보물질 최적화를 거쳐 임상 개발 단계의 신약 후보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표 사례는 신개념 비만치료제 LA-UCN2, 코드명 HM17321이다. 한미약품은 HM17321을 세계 최초로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를 동시에 겨냥하는 비만 혁신신약 후보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M17321은 현재 미국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이 후보물질이 단순히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 손실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지방 선택적 감량과 근육량 증가를 동시에 구현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 비만 신약 후보라고 밝혔다.
HM17321은 GLP-1 등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닌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UCN2 유사체로 설계됐다. 한미약품은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공략할 경우 지방 감소, 근육 증가, 근 기능 개선을 직접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의 핵심 과제는 선택성이었다. 표적 수용체인 CRFR2에는 강하게 결합하면서도, 비표적 수용체인 CRFR1에는 활성을 나타내지 않도록 UCN2 유사체 서열을 정교하게 최적화해야 했다.
한미약품은 이를 위해 자체 AI 플랫폼 HARP-pSAR을 활용했다. HARP-pSAR은 단백질 서열과 활성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후보물질의 약리 활성을 예측하는 AI 기반 신약 설계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의 특징은 초기 신약개발 단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험 데이터 부족 문제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대규모 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전제로 하는 기존 AI 모델과 달리, 양자화 기술을 적용해 연산 비용을 낮추고 로컬 워크스테이션 환경에서도 구동할 수 있도록 했다.
한미약품은 수십 건의 내부 실험 결과만으로도 표적 수용체와 비표적 수용체에 대한 활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다양한 단백질 서열 후보를 하나씩 설계·합성하고 활성을 평가해야 했지만, AI 예측을 통해 유망 후보를 빠르게 선별하는 방식으로 연구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HARP-pSAR은 학습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서열의 활성도 예측했다. 또 후보물질 설계에 필요한 미지 아미노산 잔기 위치까지 제안해 실험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한미약품은 이 같은 접근이 생성형 AI와 파운데이션 모델이 제안한 결과를 실험 데이터로 검증하고, 다시 학습에 반영하는 ‘AI-native 신약개발’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HARP-pSAR을 단일 과제용 예측 모델로 한정하지 않을 계획이다. 표적 특성에 따라 확장 가능한 신약 설계 기반 기술로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6월 미국당뇨병학회에서 세계 최초 펩타이드 기반 마이오스타틴 억제 기전의 차세대 근육 증진 치료제 LA-MSTN, 코드명 HM500197도 공개한 바 있다. 회사는 비만과 근육 관련 대사질환 영역에서 AI 기반 후보물질 발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인영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장 부사장은 “이번 연구는 AI가 단순한 데이터 분석 도구를 넘어, 연구진의 전문성과 결합해 신약 후보물질의 설계 방향을 제시하고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실질적인 연구 파트너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선도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AI·계산생물학 연구자들이 모인 ISMB에서 AI 기반 설계 결과가 실제 신약 후보물질 도출과 임상 개발로 이어진 한미의 성과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