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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멈춰도 ‘청구서’는 남는다…장기금리·원화·AI 투자비용 다시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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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멈춰도 ‘청구서’는 남는다…장기금리·원화·AI 투자비용 다시 계산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26 08:50

美 정책금리 연말 3.50~3.75% 동결 전망…장기금리는 국채 공급에 별도 상승 가능성
한은 27일 25bp 인상 전망·원달러 연말 1440원…주택·가계신용이 변수
AI 토큰 단가 48.5%↓에도 사용량 168%↑…GPU보다 전력·장기계약이 수익성 갈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하반기 금융시장의 계산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도 장기금리는 다시 뛸 수 있고, 한국은 오히려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투자는 GPU 가격만으로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금리와 환율, AI 설비투자를 따로 보던 기존 방식으로는 시장의 실제 비용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국채를 누가 받아줄지, 수출대금이 실제 원화로 얼마나 바뀌는지,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언제 확보하는지까지 확인해야 같은 숫자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최근 DS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책금리가 연말까지 3.50~3.75%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7일 기준금리를 25bp 올려 3.00%로 만들 가능성을 제시했다. 원·달러 환율은 연말 1440원을 중심으로 1410~1470원 범위를 예상했다.

미국의 상황부터 과거와 다르다. 경기침체라기보다는 ‘채용 없는 성장’에 가깝다.

미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1.5% 증가에 그쳤지만 민간 국내최종수요는 3.9% 늘었다. 반면 7월 비농업고용은 2만3000명 감소했고 이전 두 달의 고용 수치도 하향 조정됐다.

기업이 생산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서 신규 채용만 억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 높은 자본비용이 기업의 인력 운용을 보수적으로 만드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가계도 평균만 보면 아직 침체와 거리가 있다. 가계 순자산과 부채상환비율은 금융위기와 같은 위험 구간이 아니지만 6월 개인저축률은 2.7%까지 낮아졌다.

저소득층과 임차가구, 학자금·자동차 대출 차주처럼 현금흐름이 약한 계층이 먼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고용 둔화가 총임금과 카드 소비 감소, 연체율 상승으로 연결될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명분은 한층 강해질 수 있다.

DS투자증권은 올해 미국 실질성장률을 1.7~2.1%로 전망했다. 신규채용 부진이 해고와 소비 위축으로 확산되지 않는 한 전면적인 경기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는 않았다.

물가 역시 단순하게 ‘높다’고 보기 어려운 구간이다.

7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2%, 전년보다 2.5% 상승했다. 반면 식품·에너지·무역서비스를 제외한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4.7% 올랐다.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가격은 둔화하고 있지만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아직 높다는 의미다.

최근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도 서비스보다 에너지 쪽에 가깝다. 헤드라인 CPI가 2월 2.43%에서 5월 4.17%로 1.74%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에너지와 식품의 기여도는 1.50%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핵심 서비스 기여도는 0.19%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고 핵심 재화는 오히려 0.04%포인트 낮아졌다. 노동시장 과열보다 유가와 정제품 가격이 최근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원유 가격이 내려왔다고 안심하기도 어렵다. 병목은 원유보다 정제품으로 이동했다.

미국 정제유 재고는 이달 초 기준 약 1억710만배럴로 최근 5년 평균보다 12% 낮은 수준이다. 원유가 안정돼도 디젤과 운임, 보험료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산업·물류기업의 비용 부담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은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 고용은 약해졌지만 민간 수요와 총임금이 버티고 있고, 공급비용의 2차 전가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실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대3으로 기준금리를 3.50~3.75%에서 동결했다. 주목할 부분은 반대표 3명이 모두 인하가 아니라 25bp 인상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연준이 동결해도 미국 장기금리까지 같이 내려간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 10년 제로쿠폰 금리 4.706% 가운데 기대금리 성분은 3.901%, 기간프리미엄은 0.804%포인트로 분석됐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마이너스였던 기간프리미엄은 지난해 0.60%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한 뒤 올해 0.68%포인트로 높아졌다.

국채 공급이 늘고 중앙은행의 보유채권이 줄면서 장기채를 떠안을 투자자가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책금리가 내려가지 않아도 국채 입찰이 부진하고 딜러 재고와 레포 조달 부담이 커지면 장기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미국 국채의 차환구조도 부담이다. 지난달 말 시장성 국채 가운데 잔존만기 1년 이내 물량은 33.3%에 달했다.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된 국채가 더 높은 금리로 계속 갈아타지면서 미국 정부의 이자비용은 정책금리 동결 이후에도 뒤늦게 올라갈 수 있다.

한국은 미국보다 상황이 한 단계 더 복잡하다.

2분기 한국 GDP는 전분기보다 0.6%, 전년보다 3.7% 증가했고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분기보다 3.6% 늘었다. 반도체 가격과 교역조건 개선이 소득을 크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해외투자나 현금으로 남으면 GDP와 실제 내수 사이에는 괴리가 생긴다. 수출 증가가 민간 고용과 임금, 서비스 소비로 확산되는지가 금리 판단에서는 더 중요하다.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을 고민하는 이유도 성장률보다는 금융불균형에 가깝다. 근원물가와 기대물가, 주택가격, 가계신용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DS투자증권은 한국은행이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성장과 고용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주택·가계대출·환율 부담이 낮아질 경우 전망을 동결로 변경할 수 있다고 봤다.

원화는 최근 급격하게 강해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일 1550.70원에서 이달 14일 1416.75원까지 내려왔다. 6주 만에 134원, 8.6% 절상됐다.

같은 기간 달러지수 하락률은 1.7%에 그쳤다. 달러 자체가 약해졌다기보다 한국 고유의 외환수급이 원화 강세를 만들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확대도 원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10%에서 15%로 높이기로 했으며 전술적 범위까지 더하면 20%까지 가능하다.

다만 실제 이행비율은 아직 약 4% 수준으로 파악된다. 환헤지가 단계적으로 늘어나면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다시 확대되면 달러 수요가 반대로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은 최근 환율보다 높은 1440원으로 제시됐다. 최근 대규모 달러 공급이 잦아든 뒤 해외투자 수요가 다시 나타나면서 원화 강세의 일부가 되돌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분석에서 금리·환율과 함께 또 하나의 축으로 제시된 것은 AI 투자다.

AI 산업에서는 이미 GPU 가격 하락이 수요 둔화의 신호인지 논쟁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량까지 함께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지난 6월 3일부터 이달 22일까지 7일 평균 토큰 혼합단가는 48.5% 하락했다. 같은 기간 OpenRouter 공개 처리량은 168.0% 증가했다.

단가와 물량을 함께 반영한 총지출 방향 지표는 오히려 38.1% 상승했다. 서비스 가격이 절반 가까이 내려갔지만 사용량이 세 배에 가깝게 늘면서 전체 지출 방향은 증가했다는 의미다.

AI 서비스 가격 하락을 GPU 수요 붕괴로 바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근거다. 가격 인하와 서비스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GPU 세대별 가격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현물가격을 100으로 놓으면 12개월 예약요율은 A100 86.5, H100 82.3, B200 87.8이었다. 장기계약에 들어가면 모든 세대가 할인됐다.

하지만 36개월에서는 A100이 76.7, H100 89.8인 반면 최신 B200은 99.4까지 회복했다. 구형 GPU는 장기로 갈수록 가격 하락 위험이 커지지만 최신 세대는 장기 용량 자체의 희소성이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AI 투자의 진짜 병목은 GPU보다 전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4년 416TWh에서 2030년 946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도 같은 기간 183TWh에서 426TWh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GPU를 확보했다고 곧바로 매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가 실제 전력망에 접속하고 냉각·네트워크까지 갖춰야 GPU 시간을 판매할 수 있다.

전력 접속이 미뤄지면 수십억달러어치 GPU를 보유해도 감가상각과 이자비용만 먼저 발생한다. AI 데이터센터 기업의 수익성을 장비 보유량보다 접속일과 고객 장기계약으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새로운 변화는 GPU 가격 자체를 금융상품으로 거래하려는 움직임이다.

CME는 오는 10월 H100과 B200 임대가격 지수에 연동한 현금결제 선물을 도입할 계획이다. 실제 거래가 활성화되면 AI 사업자는 향후 GPU 판매가격을 미리 고정할 수 있게 된다.

전력비는 전력선물이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으로, GPU 판매단가는 장기 오프테이크나 컴퓨트 선물로 잠그는 구조다. 미래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줄어들면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더 긴 만기의 대출을 받거나 같은 자기자본으로 더 큰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도 생긴다.

반대편에는 새로운 위험이 있다. 선물가격이 급변하면 계약상 손익과 별개로 증거금을 즉시 납부해야 한다.

2022년 유럽 전력시장에서도 발전사들은 장기 선물로 판매가격을 고정했지만 전력가격 급등으로 대규모 변동증거금을 마련해야 했다. 가격 위험을 줄인 대신 유동성 위험이 생긴 것이다.

결국 금리와 AI를 관통하는 공통 변수는 자본비용이다.

미국에서는 정책금리가 멈춰도 국채 공급 때문에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수출 호조와 별개로 주택·가계신용이 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 AI에서는 GPU 가격이 내려가도 전력 접속과 이자비용, 고객계약이 수익성을 결정한다.

과거에는 기준금리 하나, 환율 하나, GPU 가격 하나만 맞히면 시장 방향을 설명할 수 있었다. 지금은 같은 가격 안에서도 누가 얼마나 오래 자금을 조달하고, 어떤 계약으로 비용을 고정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금리가 멈췄다고 청구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책금리 뒤에 숨어 있던 국채 공급비용과 환헤지 비용, 전력·GPU 장기계약 비용이 기업과 투자자의 실제 손익을 가르는 단계로 시장이 넘어가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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