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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보다 무서운 건 ‘종착점’…韓·美 채권시장, 진짜 긴축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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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보다 무서운 건 ‘종착점’…韓·美 채권시장, 진짜 긴축은 이제부터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03 09:15

美 올해 12월·내년 3월 인상 전망…10년물 적정 4.7%, 오버슈팅 시 5% 가능성
한국 기준금리 11월·내년 2월 추가 인상 전망…최종 3.50% 제시
반도체 수출→설비투자 확산에 성장률 상향…국고 10년물 4분기 4.7% 고점 전망
국채 순발행 감소도 금리 하락 보장 못해…수급보다 성장·물가가 방향 결정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채권시장이 중앙은행의 ‘다음 금리 인상 날짜’를 맞히는 데 집중하는 사이 더 중요한 변수가 뒤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한국 모두 인상을 언제 시작하고 언제 쉬느냐보다 이번 긴축이 최종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지를 다시 계산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가 성장을 끌어올리고 은행 대출까지 늘면서 유동성이 계속 팽창하고 있다. 한국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설비투자와 내수로 번지면서 성장 전망이 빠르게 높아졌다.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서둘러 내릴 이유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오히려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최종금리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는 올해 12월과 내년 3월 각각 한 차례씩 추가 인상되고, 한국도 올해 11월과 내년 2월 인상을 거쳐 최종 3.50%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연말 미국과 한국의 10년 국채금리는 각각 4.80%, 4.5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 시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첫 인상이 9월인지 12월인지, 한국에서는 7월과 8월 연속 인상 이후 언제 다시 움직일지가 관심의 중심이다.

하지만 장기 국채금리는 특정 회의 한 번보다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기준금리 경로를 반영한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는 8월 들어 2027년 말 기준금리 기대가 2026년 말 기대를 넘어서는 변화가 나타났다.

올해 금리를 덜 올리면 내년에 더 올려야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셈이다. 중앙은행이 당장 인상을 미루는 것이 반드시 채권금리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최근 미국 채권시장의 움직임도 이를 보여준다. 통화정책 기조가 매파적으로 바뀌거나 완화적으로 이동할 때마다 장단기 금리차는 크게 움직였지만 10년물 금리 자체의 상승 방향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왼쪽)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왼쪽)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을 확대했을 때도 비슷했다. 시장에 풀린 장기채를 다시 사들이면서 초장기물의 수급 부담을 일부 줄였지만 국채시장 전체의 금리 수준을 끌어내리는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채권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정책 이벤트보다 경제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터·주변장비 투자가 성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고, 높은 금리에도 은행 대출이 확대되면서 경제 전반의 자금 수요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7월 미국 시중은행 대출은 전년보다 7% 이상 증가하면서 통화공급 확대를 이끌었다. 대출금리가 높아도 기업이 투자에서 기대하는 수익률이 더 높다면 차입을 줄일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은행의 대출 태도도 과거보다 완화됐다. 중대형 기업에 대한 대출기준이 더 이상 긴축적이지 않은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비교적 우호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 둔화만으로 이러한 흐름이 꺾일 가능성도 아직 낮게 평가된다. 미국 신규 고용은 빠르게 약화됐지만 실업률은 4.1% 수준에서 안정돼 있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 역시 대규모 해고로 이어질 만한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강한 수요와 유동성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주요 기저 인플레이션 지표는 여전히 2% 목표를 웃돌고 있고 월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대부분 0.2%를 넘어서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유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헤드라인 물가까지 추가로 자극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확대될 경우 유가가 다시 금리의 상방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라면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실질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까지 감안할 경우 기준금리가 4.00~4.25% 수준까지 올라야 본격적인 긴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10년 국채금리의 적정 수준은 4.7% 안팎으로 추정됐다. 시장이 두 차례 추가 금리를 반영한다는 가정이다.

다만 실제 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때는 시장이 최종금리를 과도하게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1997년 미국은 기준금리를 한 차례만 올렸지만 10년 국채금리는 약 4개월 동안 100bp 가까이 상승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오버슈팅이 발생하면 미국 10년물이 5.0%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연말 전망치는 4.80%지만 리스크의 방향은 금리 하락보다 상승 쪽에 더 크게 열려 있다는 의미다.

한국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기준금리는 7월과 8월 연속 인상을 거쳐 3.00%까지 올라왔지만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좋아지면서 추가 긴축 필요성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출발점은 반도체다. 8월 한국 수출은 전년보다 68.7% 증가했고 반도체는 209% 급증했다. 컴퓨터까지 제외해도 나머지 수출이 약 8% 늘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가전, 이차전지 등으로 회복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수출 호조가 국내 투자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과 KDI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을 각각 6.8%, 7.9%로 높였는데 석 달 전보다 각각 2.4%포인트, 4.6%포인트 상향된 수준이다.

7월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 증가율은 전년보다 66.0% 급증했고 전체 설비투자도 24.9% 늘었다. 반도체 가격과 수출이 좋아지면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다시 생산능력 확대로 투입하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성장률 눈높이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3.5%, 2.5%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시됐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각각 3.3%, 2.9%로 크게 높였다.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돌면서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되고 있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서비스와 임금을 중심으로 한 근원물가 압력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도 이 성장세와 연결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10월 금통위에서 한 차례 숨을 고른 뒤 11월 다시 25bp를 올리고, 내년 2월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가 3.50%에 도달하는 경로가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인상 속도 조절을 긴축 종료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이르다는 판단이다. 기준금리가 이제 중립 범위 상단을 지나 긴축 영역에 진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성장 전망이 꺾이지 않는다면 최종 수준 자체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채권시장도 이 가능성을 아직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월 금통위 직전 통안채 3개월물과 기준금리 간 스프레드는 약 10bp에 불과했는데 실제 연속 인상이 발표되자 금리가 급격히 뛰었다.

시장이 ‘한국은행이 설마 두 번 연속 올리겠느냐’는 판단에 기대고 있다가 뒤늦게 인상을 반영한 것이다. 지금도 비슷하게 최종 기준금리 3.50%까지의 경로를 충분히 가격에 넣지 못했다는 시각이 있다.

이에 따라 국고채 3년과 10년 금리는 각각 4.0%, 4.4%를 다시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4분기 중 고점은 3년물 4.3%, 10년물 4.7% 수준으로 예상됐다.

내년 국채 발행 감소도 금리 상승을 막아줄 결정적인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2027년 국고채 순발행 규모는 96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조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지만, 채권 수급 개선 효과보다 정부 지출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는 821조원으로 예상됐다. 국채 공급이 조금 줄더라도 재정지출이 경제활동과 물가를 자극한다면 장기금리 하락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결국 미국과 한국 채권시장이 마주한 문제는 금리를 몇 월에 올리느냐가 아니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가 예상보다 강하고 금융환경도 아직 경제를 눌러놓을 만큼 긴축적이지 않다면 중앙은행이 멈춰야 할 금리 수준 자체가 과거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은 10년물 4.7%가 기준점으로 제시됐지만 실제 인상 국면에서는 5%까지 열어둬야 하고, 한국 역시 10년물이 4.4%를 넘어 4분기 4.7%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채권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도 첫 인상 날짜를 맞히는 일이 아니라 시장이 최종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반영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한 차례 쉬어간다고 긴축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금리 사이클의 진짜 시험은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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