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남성 갱년기에서 남성호르몬만 살펴서는 뼈 건강 위험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남성은 정상군보다 고관절 골밀도 저하 위험이 약 1.9배 높았고, 비타민D가 부족한 경우에도 위험이 약 1.6배 증가했다.
특히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비타민D 수치 변화에 따른 고관절 골밀도 차이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중장년·고령 남성의 골다공증 위험을 평가할 때 남성호르몬과 비타민D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톨릭의대 연구팀은 2020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60세 이상 남성 557명의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중 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을 이용해 요추와 고관절 골밀도를 측정하고,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LC-MS/MS)으로 혈중 테스토스테론과 비타민D 수치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뼈 부위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도 차이가 있었다. 요추 골밀도는 체질량지수(BMI)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았지만, 고관절은 나이와 BMI에 더해 남성호르몬과 비타민D가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3.5ng/mL 미만인 결핍군은 정상군보다 고관절 골밀도 저하 위험이 약 1.9배 높았다. 비타민D가 30ng/mL 미만인 부족군 역시 정상군과 비교해 위험이 약 1.6배 높았다.
두 요인 사이의 상호작용도 확인됐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그룹에서는 비타민D 수치에 따른 고관절 골밀도 변화가 남성호르몬 정상군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남성호르몬이 낮은 상태에서 비타민D까지 부족할 경우 칼슘 흡수와 뼈 대사에 불리하게 작용해 골소실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남성 골다공증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남성의 골감소증 유병률이 약 50%에 달하지만, 남성호르몬 저하증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실제 골밀도 검사를 받는 비율은 약 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관절은 나이가 들수록 골소실이 집중되는 부위다.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장기간 침상 생활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해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골다공증성 골절 이후 사망률과 치료 비용 부담은 남성이 여성보다 큰 것으로 보고돼 있다.
연구팀은 남성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때 성기능이나 피로감만 살피지 말고 뼈 건강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로감과 근력 저하, 성기능 감소 등이 이어지는 중장년·고령 남성이라면 남성호르몬과 비타민D 검사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골밀도 검사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배웅진 교수는 "중장년 및 고령 남성이라면 남성호르몬과 비타민D 수치를 함께 점검하며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성 갱년기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전문의를 통해 호르몬 검사와 골밀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동섭 교수는 "고관절 골절은 고령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며 "남성의 골밀도 저하를 단순한 노화로 여기기보다 여러 위험 요인을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