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부실수사·제주 실종 허위종결 파문 속 경찰 수사 신뢰 시험대
택시기사 “승객 차량 안에 있었고 기어도 D 상태”…운전자 폭행으로 신고
신안경찰서 단순폭행 적용해 검찰 송치…법원 벌금 70만 원 약식절차
피해자 “어떤 조사와 법리 검토로 죄명이 달라졌는지 밝혀야”
지역 연고에 따른 사건 축소 의혹도 제기… 객관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아
▲승객이 하차하지 않은 상태에서 택시 운전석에 앉아 있던 기사가 폭행당하는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이미지.(더파워뉴스 AI 자체 제작 이미지)
[더파워 호남취재본부 문성완 기자] 최근 장윤기 사건의 부실·은폐 수사 의혹과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파문으로 경찰의 사건 처리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전남 신안군에서도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죄명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피해 택시기사는 운전석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중 승객에게 폭행당해 ‘운전자 폭행’으로 신고했지만, 경찰은 사건을 단순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데서다.
피해자는 승객 자신이 하차하지 않았고, 요금 정산도 끝나지 않았으며, 차량 기어 역시 주행(D)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 경찰이 어떤 사실과 증거, 법리를 근거로 단순폭행으로 적용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윤기 사건에서는 초기 수사팀이 중요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현직 경찰관인 피의자의 부친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해 증거인멸을 도운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지휘·보고 체계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수사본부와 관련 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사건의 내용과 경중은 다르지만, 공통된 문제의식은 하나다. 최초 신고를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고, 일선 경찰관의 판단을 상급자와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검증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미터기 요금 시비 끝에 운전석 폭행
피해 택시기사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5월 목포에서 승객 B씨를 태우고 신안군 압해도까지 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술에 취한 B씨가 목적지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 A씨는 승객의 안내에 따라 여러 장소를 이동했다. 목적지 부근에 도착한 뒤 택시미터기에 1만8천여 원이 표시됐지만, B씨가 1만5천 원만 지급하겠다고 하면서 요금 시비가 시작됐다.
대화와 실랑이가 이어지던 중 B씨가 차량 안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던 A씨의 얼굴을 폭행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승객은 아직 하차하지 않았고 요금 정산도 끝나지 않았다”며 “운전석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고 기어도 D 상태여서 차량을 계속 통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폭행 직후 112에 운전자 폭행 피해로 신고했지만, 사건은 신안경찰서 수사를 거쳐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이 아닌 형법상 단순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피의자에게 벌금 70만 원을 청구하는 약식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차’ 아닌 운송관계 종료 여부 '쟁점'
이 사건의 핵심은 차량이 폭행 당시 움직이고 있었는지가 아니라, 승객의 탑승과 요금 정산이 끝나 운송관계가 실질적으로 종료된 상태였는지 여부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0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를 가중처벌하고,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용 자동차의 경우 승객의 승·하차를 위한 일시 정차도 ‘운행 중’에 포함하고 있다.
대법원도 2021년 10월 14일 선고 2021도10243 판결에서 정차 중인 버스 운전자를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승객의 하차 후 곧바로 출발할 예정이었는지와 운전자에게 계속적인 운행 의사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운전자 폭행죄를 인정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 역시 피고인의 탑승·하차 여부, 요금 정산 상태, 운전자의 차량 통제 여부 등이 죄명 판단 과정에서 어떻게 검토됐는지가 관건이다.
A씨는 “차량이 잠시 멈춰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운행이 끝났다고 판단했다면, 당시 승객의 하차와 요금 정산이 완료됐는지 제대로 확인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발생 경위와 경찰의 단순폭행 적용 과정, 운전자 폭행 여부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정리한 사건흐름도. (더파워뉴스 자체 제작)
◇블랙박스 음성·112 신고, 어떻게 반영됐나
A씨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정상적인 영상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미터기 요금에 관한 대화와 욕설, 폭행 전후 상황이 담긴 음성자료는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해당 음성파일 원본이 수사기관에 확보됐는지, 분석이나 수사보고서가 작성됐는지, 검찰 송치기록에 포함됐는지가 확인 대상이다.
최초 112 신고내용과 녹취, 현장 출동 경찰관의 보고서,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도 폭행 당시 차량 상태와 운송관계의 지속 여부를 판단할 핵심 자료다.
A씨는 “운전자 폭행으로 신고하고 관련 자료도 제출했지만, 어떤 증거를 근거로 단순폭행으로 판단했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승객 태울 때마다 당시 폭행 떠올라”
사건이 발생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A씨는 정신적 충격과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택시기사인 만큼 사건 이후에도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태워야 하는데, 승객과 마찰이 생기거나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당시 폭행 장면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A씨는 “운전석에 앉아 있다 갑자기 얼굴을 맞은 충격이 컸다”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당시 일이 떠올라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벌금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운전자 폭행으로 신고한 사건이 누구의 어떤 판단으로 단순폭행이 됐는지, 신고내용과 객관적인 증거가 제대로 검토됐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지역 연고 의혹 확인 안 돼…절차적 설명 필요
A씨는 상대방의 지역 내 연고가 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경찰과 피의자 측의 유착이나 외압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건 축소나 봐주기 수사를 단정할 단계도 아니다.
다만 경찰이 운전자 폭행이 아닌 단순폭행으로 판단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률적 근거, 최초 신고와 블랙박스 음성자료의 검토 여부는 확인될 필요가 있다.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사건으로 경찰의 초기 판단과 내부 통제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인 만큼, 수사기관이 객관적인 기록과 자료를 통해 사건 처리 과정을 설명해야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후속으로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적용 여부 ▲최초 112 신고와 블랙박스 음성자료의 확보·분석 여부 ▲승객의 탑승·하차 및 요금 정산 상태에 대한 판단 근거 ▲단순폭행 적용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률적 근거 등을 취재·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