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최근 10여년 사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장 염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상급치료(생물학적 제제·소분자 제제)가 이를 유의하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전유경 교수 연구팀은 2010~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급치료를 받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의 만성 사용률이 뚜렷이 감소했다고 14일 밝혔다.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질환(IBD)은 위장관에 만성 염증이 반복되는 난치성 질환으로, 완치보다는 약물치료를 통해 염증을 최대한 억제하고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혈변·설사뿐 아니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심한 복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통증 조절이 실패하면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사용까지 고려된다. 그러나 효과가 강한 만큼 장기간 복용 시 의존성과 과다복용 위험이 커지고, 장 내 염증·협착·누공 등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통증만 억누르는 ‘버티기’식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연구팀이 2010~2022년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전수를 대상으로 오피오이드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만성 오피오이드 사용자 수는 2010년 242명에서 2021년 2398명으로 약10배 증가했다. 이때 만성 사용은 오피오이드를 누적90일 이상 사용했거나 1년 내 3회 이상 처방받은 경우로 정의했다. 특히 크론병 환자의 만성 오피오이드 사용 비율은 2010년 1.38%에서 2021년 5.38%로 약4배 늘어 궤양성대장염 환자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장내 과도한 면역 반응의 핵심 신호 경로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와 소분자 제제 기반 상급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다른 양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상급치료를 통해 근본적인 장염 억제 치료를 시행한 결과, 크론병 환자의 60.8%,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50.8%가 1년 이내 만성 오피오이드 사용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 자체를 조기에 적극적으로 조절할수록 마약성 진통제 의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전유경 교수는 “최근 크론병·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한 염증성 장질환 유병률이 빠르게 늘고,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이 바뀌면서 오피오이드 사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공중보건 차원에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적절하고 효과적인 염증 치료를 통해 오피오이드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Inflammatory Bowel Disease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