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포기하겠나…지금도 연간 10∼20개 핵무기 만들 핵물질 계속 생산"
"檢 권력 뺏는 건 목표 아냐…남용 봉쇄하면서도 효율성 지켜야"
이재명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사진=연합뉴스
[더파워 이우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고 집값·연금·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환율·부동산·자본시장 전반의 정책 방향을 재점검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환율은 일정 부분 뉴노멀에 가깝다”며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집값 안정과 연금·증시 개혁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경제 현안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148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엔화와의 연동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도 나쁜 편은 아니고,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
집값 문제에 대해서는 “평균 근로자가 15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고평가 상태”라고 규정하고, 수도권 집중 완화와 부동산 중심 자산구조를 생산적 금융·주식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근본 처방으로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인허가·착공 기준의 현실적인 공급 확대 방안과 다주택·투기 수요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세제는 재정수단이지 규제수단이 아니며, 부동산 정책에 세금을 동원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코스피 급등과 관련해서는 “한국 기업이 구조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것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평화 리스크, 지배구조·주가조작, 정치 리스크를 줄이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퇴직연금 기금화 논란에 대해서는 “외환시장 방어에 쓰려 한다는 등 가짜뉴스가 돌고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1% 수준에 그친 낮은 수익률을 개선할 필요는 있으나, 기금화 여부는 가입자 동의와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산업·통상 정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미래에는 ‘좋은 직장 취업’이 사회의 주류 경로가 되기 어렵다”며 취업 중심에서 창업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창업사관학교·창업대학 등 교육 인프라와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지원하는 자금·동업자 시장 조성,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공모·경진대회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반도체 100% 관세 위협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나오는 얘기이며, 대만과 한국이 80~90%를 점유한 시장에 100% 관세를 매기면 결국 미국 물가에 전가될 것”이라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다만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원칙과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해 협상을 진행하겠다”며 자주국방·방산 수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거듭 강조했다.
지난 중국 방문에 대해선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은 유익했고, 중국 측의 환대와 준비가 양국 관계 개선의 전기가 됐다”며 황해 수색·구조 합동훈련, 경제·외교·문화 교류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안보·대북 정책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남북 간 불신과 증오가 극에 달한 상태”라고 평가하면서도 “강력한 방위력과 억지력을 기반으로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적 공존을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 비핵화 전략과 관련해선 “이상은 핵 없는 한반도지만, 현실은 핵 능력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해외로 반출하지 않고, ICBM 기술을 추가로 개발하지 않게 만드는 ‘현상 동결’만으로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핵물질·ICBM 생산 중단, 중기적으로 군축협상, 장기적으로 체제 보장을 전제로 한 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적·실용적 접근을 제안하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등에게도 같은 취지로 설명해왔다”고 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독도·과거사·배상 문제 등을 거론하며 “국가 간 관계는 좋은 점과 갈등 요소가 공존한다”며 “과거사와 영토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국내 여론만 결집시키는 방식보다는, 협력 가능한 부분을 키우고 부정적 요소는 실현가능한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전 정책에 대해선 “에너지 수요 확대와 재생에너지 간헐성, 기저전력 확보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원전을 이념 논쟁 도구로 삼지 말고 안전성·필요성·국민 의사를 열어두고 검토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사진=연합뉴스
사법·검찰개혁과 특검·종교 정치개입 논란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대통령은 중수청·공소청 법안과 관련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대원칙은 분명하다”며 “검찰의 권력을 빼앗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권 보호와 피해자 보호, 정의로운 법 집행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보완수사권 등에 대해서는 “남용을 봉쇄해야 하지만, 공소시효가 임박한 단순 사실 확인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도 비효율”이라며 구체 설계는 당·국회·전문가·국민 논의를 거쳐 10월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통일교·신천지 특검 논의와 극우 성향 목사들의 정치 발언에 대해선 “종교 시스템 자체를 정치 도구로 쓰는 것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조직적 정치 개입을 엄정 수사하고, 처벌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법률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논란에 대해서는 “국회 청문을 통해 본인의 해명을 국민 앞에 드러낼 기회조차 봉쇄된 것이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 있는 만큼 국민 여론과 공정성, 통합 인사라는 취지를 함께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과 일대일 회담 제안에 대해서는 “소통과 대화는 중요하지만, 우선은 여야 간 국회 대화가 먼저”라며 “국회 논의로 풀 수 없는 지점에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할 때 만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방균형발전·문화·스포츠·언론 정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광역 단체 통합과 공공기관 2·3차 이전을 통한 국가 공간 재편 구상을 재차 밝혔다.
그는 “재정은 중앙이 72%, 집행은 지방이 75%를 맡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광역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에는 연간 최대 5조원, 임기 내 최대 20조원 수준의 재정 지원과 권한·조직 확대, 공공기관·산업 배치 우선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송전선 갈등에 대해서는 “이미 결정된 국가 프로젝트를 당장 뒤집을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가 생산되는 곳에서 소비되는 ‘지산지소’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에너지 요금 차등제,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 등을 통해 남부권·지방으로 데이터센터·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분산시키겠다고 했다.
문화예술 예산 9조원과 관련해선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을 지키겠다”며 “K-콘텐츠의 성장에 비해 기초 창작 생태계가 취약한 만큼, 추경 여력이 생기면 문화예술 분야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계올림픽 등 스포츠 메가 이벤트에 대해선 “가능하면 국제대회를 유치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고, 지역방송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공공재로서 지역 언론의 역할을 인정하며, 예산과 제도 보완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서는 쿠팡 사례가 거론되자 “국내 기업이든 글로벌 기업이든 법과 원칙에 따라 상식적으로, 동시에 국제 규범과 우리 주권을 함께 고려해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