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이승렬 기자] 부산의 미래를 좌우할 굵직한 의제를 다루는 공론기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요즘 편치 않다. 인선 자체보다, 그 인선을 둘러싼 설명 부족과 반복되는 논란이 공론장의 본질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을 둘러싼 과거 논란들이 다시 거론되면서, 그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장과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 직무의 적절성을 두고 시민사회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임에도, 공론장의 수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감안하면 문제 제기 자체를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전 전 총장은 과거 부산대 총장 임명 과정에서 외부 접촉 정황이 거론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보도를 통해 임명 지연 상황에서 임명 당위성을 설명하는 문서가 전달됐다는 정황과, 이후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지만, 공적 절차의 엄정성이라는 질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교수 채용을 둘러싼 의혹 역시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와 고발, 이후 다른 대학 재직 시기에도 이어진 유사한 논란은 개인의 혐의 여부를 떠나 공적 역할 수행에 필요한 ‘신뢰 자본’을 소진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현재 일부 사안은 수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다.
그러나 이 사안을 바라보는 핵심은 ‘유죄냐 무죄냐’가 아니다.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기구는 결론보다 과정이 먼저 평가받는 공간이다. 누가 옳은지를 가리기 전에, 그 판단 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했는지가 신뢰의 기준이 된다. 수장의 중립성과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순간, 어떤 결론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신뢰의 거리’는 그래서 중요하다. 능력과 경륜이 충분하더라도,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공론장은 흔들리지 않는다. 특히 행정통합이나 광역 협력처럼 장기적이고 민감한 의제를 다룰수록, 인선 과정의 공개성과 운영의 투명성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다.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 기관이 고민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특정 인물을 옹호하거나 배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론기구 자체의 신뢰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위원장 선임 과정, 위원 구성 기준, 회의록과 의사결정 근거의 공개 여부는 공론장을 방어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공론장은 논란을 흡수하는 무대가 아니다. 사회적 신뢰 위에서만 작동하는 제도다. 의혹의 진위와 별개로, 논란이 반복되는 순간 공론장은 토론의 장이 아니라 불신의 장으로 비친다. 부산의 미래를 논의하는 공론장이 어떤 기준 위에 서야 하는지, 지금이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