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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성과 중심 시대, 직원들을 ‘길 위에’ 세우는 회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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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성과 중심 시대, 직원들을 ‘길 위에’ 세우는 회사가 있다.

이강율 기자

기사입력 : 2026-06-03 09:11

바텍 네트웍스의 ‘걷기 프로젝트’… “사람을 키우는 조직이 오래 간다”

▲걷는 회사=이상교, 허지연 지음.(스토리두잉 제공)
▲걷는 회사=이상교, 허지연 지음.(스토리두잉 제공)
[더파워 이강율 기자] 성과와 효율이 기업 운영의 절대 기준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직원들에게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내려놓게 하고 낯선 순례길로 떠나게 하는 회사가 있다. 치과용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바텍 네트웍스다. 이 회사는 매년 직원들을 일본 시코쿠 순례길로 보내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성과주의와는 거리가 먼 ‘멈춤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걷는 회사》는 전직 매일경제 기자가 이 프로젝트를 직접 취재해 기록한 책으로, 왜 한 기업이 이런 비효율적 선택을 지속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책은 시코쿠 순례길을 걸은 직원들의 변화와 고백을 중심으로,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는가에 대한 깊은 탐구를 담았다.

바텍 네트웍스의 순례 프로그램은 5박 6일 동안 하루 20km를 걷는 일정으로 구성된다. 회의도, 워크숍도, 성과 발표도 없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안한 것은 단 하나, “생각하지 말고 걷는 하루”다. 성과 압박 속에서 일상을 보내던 직원들은 길 위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잊고 지냈던 질문들을 다시 꺼내기 시작한다.

책에는 순례길에서 드러난 직원들의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쳤던 가족, 책임감이라는 이름 아래 미뤄둔 자신, 일과 역할 속에 묻혀 잊고 지냈던 삶의 본질. 걷는 동안 침묵하던 이들은 저녁이 되면 마음 깊숙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기적인 태도를 깨닫고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소망을 털어놓으며 기도한다.

순례의 마지막 날, 직원들은 가족에게 편지를 쓴다.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편지는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여행이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 동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자신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책은 참가자들의 경험뿐 아니라 1기부터 24기까지 모든 여정을 함께한 현지 가이드와 운전기사, 그리고 6기를 동행 취재한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자의 시선까지 담아내며 기록의 깊이를 더했다. 시코쿠 순례길의 풍경과 여정의 순간을 담은 사진 자료도 풍부하게 실려 있어, 독자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따라가듯 몰입하게 된다.

《걷는 회사》는 단순한 기업 문화 사례를 넘어, 성과와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쉼 없이 달려온 현대인들에게 잠시 속도를 늦추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하는 책이다. 저자는 “진짜 경쟁력은 사람을 소모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며, 구성원의 성장이 곧 조직의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강율 더파워 기자 adamleeky@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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