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10일 광주 북구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5극3특 성장엔진 전략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파워 한승호 기자] 정부의 5극3특 균형성장전략이 본격 논의되는 가운데, 기존 지역산업정책의 한계를 냉정하게 짚고 정책 방향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핵심은 단순하다. 지역마다 유망 산업을 나눠 배치하고, 특구와 보조금, 인프라 사업을 붙이는 방식만으로는 수도권 일극 집중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5극3특 체제의 지역산업전략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기존 지역산업정책이 비수도권 주력산업의 구조적 위기, 수도권 집중, 정책자원 분산, 공간 거점 형성 부족이라는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정부는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전략산업 육성, 혁신도시, 기업도시, 지역혁신클러스터, 특구 조성, 지방투자 촉진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시도별로 3~5개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해당 산업과 관련된 인프라와 기업 지원, 연구개발 사업을 배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산업구조 변화의 속도는 지역정책보다 빨랐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비수도권 주력 제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 중국과의 경쟁 심화, 수요 정체 속에서 구조적 압박을 받아 왔다. 과거 지역의 고용과 소득을 지탱했던 산업들이 흔들리면서 비수도권 산업 기반 자체가 약해졌다.
지역산업정책은 이 같은 충격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산업위기대응지역과 지방투자 지원 제도 등이 도입됐지만, 지역의 자생적인 산업·기술혁신과 충분히 결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투자 유치가 일회성 생산시설 확보에 그치거나, 지역 대학·연구기관·중소기업 생태계와 연결되지 못하면 장기적인 산업 전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혁신 자원의 수도권 집중도 문제다. 보고서는 기업체 연구개발비가 전체 연구개발비의 81.4%를 차지하는 핵심 혁신자원이지만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은 공공연구기관 연구개발 투자가 늘고 있음에도 기업 연구개발 기반과 대학 연구 역량에서 수도권과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인재 유출 역시 지역산업의 약화를 키우는 요인이다. 청년층은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비수도권 도지역에서 광역시로, 다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인적자본 유출 경로도 뚜렷하다. 지방광역시가 권역 내 인재를 끌어들이는 잠재력은 있지만, 이를 산업전략과 연결하지 못하면 수도권 쏠림을 막기 어렵다.
기존 정책의 또 다른 문제는 ‘공간 전략’의 부재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기회발전특구 등 여러 정책이 추진됐지만, 실제로 권역 내 강한 성장거점을 형성하고 주변 산업공간과 연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하다 보니 정책자원이 여러 곳으로 나뉘고, 결과적으로 어느 곳도 충분한 임계규모를 만들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됐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5극3특 전략이 기존 방식의 연장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역별로 이차전지, 바이오, AI, 미래에너지 같은 산업명을 나열하는 방식은 과거의 분산 지원 구조를 되풀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산업 이름이 아니라 기업 투자, 연구개발, 인재, 정주 여건, 교통망을 한데 묶어 실제 성장축을 만드는 일이다.
김송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5극3특 전략이 시도별 사업 나열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앵커기업 투자와 배후산업공간, 거점도시의 혁신 기능, 대학·연구기관, 인재 양성, 규제·금융·재정 지원을 결합한 초광역 성장엔진으로 구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역산업정책의 과제는 더 많은 사업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권역의 미래를 바꿀 핵심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것이다. 5극3특이 균형성장의 새 틀이 되려면 ‘어느 지역에 무엇을 나눠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권역 성장축을 실제로 만들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