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재생에너지 6만MWh 확보 계획·CP 최고등급 7년…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지배구조 개선
/한미약품
[더파워 이경호 기자] 제약사의 ESG는 환경 캠페인이나 사회공헌 활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능력과 작업장 안전, 연구·영업 과정의 준법 체계,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이사회 운영과 주주환원까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
한미약품은 올해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거래를 도입하며 환경경영을 생산 인프라에 연결했다. 한미그룹은 현대건설과 협약을 맺고 향후 20년간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기반을 마련했다. 한미약품은 2026년 첫 도입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연간 약 6만MWh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2025년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60%에 해당한다.
6만MWh는 현재 확보가 완료된 실적이 아니라 2028년까지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미그룹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고, 2035년 RE50을 거쳐 2040년 RE100과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목표와 달성 실적을 구분해야 하지만 장기 전력구매 기반을 마련하면서 실행 수단을 구체화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거래는 환경지표 개선 외에도 장기간의 전력 조달 안정성과 가격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생산설비를 지속해서 가동해야 하는 제약사에는 에너지 조달 역시 제조 경쟁력의 일부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탄소배출 정보와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를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질수록 선제적인 전환은 해외 파트너십의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경·안전 관리 조직도 사업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9년 대표이사와 5개 사업장 담당자가 참여하는 환경·보건·안전 총괄조직 ‘hEHS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사업장에서 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굴하고 연 2회 정기 안전점검을 통해 개선하는 예방 중심 관리체계도 운용 중이다.
사회 부문에서는 의약품 접근성을 본업과 연결했다. 한미약품은 최빈국과 일부 저소득국가를 대상으로 자사가 개발한 의약품과 신약 후보물질의 특허를 출원하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국가에서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공급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려는 방식이다.
준법경영은 한미약품 ESG에서 가장 오랫동안 축적된 분야다. 한미약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를 7년 연속 유지했다. 2007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자율준수프로그램을 도입했고 2020년 처음 AAA 등급을 받은 뒤 이번 평가로 2027년까지 등급을 유지하게 됐다.
외부 평가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S&P글로벌의 기업지속가능성평가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다우존스 베스트 인 클래스 코리아 지수에 2년 연속 편입됐다. 탄소중립 거버넌스와 예방 중심 안전관리, 최빈국·저소득국가 대상 특허 미출원 정책 등이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됐다.
주주환원도 확대됐다. 한미약품은 2025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한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총배당금은 253억7822만원으로, 전년 주당 배당금 1000원의 두 배다. 해당 배당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결과에 반영됐다.
중장기 주주환원 방향도 공개했다. 한미약품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최소 총주주환원율 20% 이상을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확정된 미래 배당액이 아니라 실적과 투자계획 등 경영 여건에 따라 이행해야 할 회사의 정책 목표다.
지배구조에서는 개선과제가 함께 확인된다. 한국ESG기준원의 2025년 평가에서 한미약품은 환경 A, 사회 A+를 받았지만 지배구조는 C등급에 머물렀다. 통합등급은 B였다. 환경과 사회 부문의 성과에 비해 지배구조 개선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는 의미다.
한미약품은 올해 3월 31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한 조치다. 이사회 의장 구조 개편만으로 지배구조 평가가 곧바로 개선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존 지배구조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꿨다는 점은 확인된다.
한미약품의 ESG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6만MWh와 2040년 넷제로는 앞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이며 지배구조 C등급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다. 다만 전력구매 협약, 준법경영 최고등급 유지, 배당 확대,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처럼 계획을 실제 제도와 조치로 옮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ESG가 기업가치로 이어지려면 환경 목표의 연도별 이행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성, 이사회의 독립성을 계속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면 생산 효율과 공급망 대응력, 글로벌 파트너의 신뢰, 주주가치가 하나의 성장 기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신약을 잘 만드는 능력만으로 글로벌 제약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신약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투명하게 경영하며 성과를 주주와 사회에 나누는 구조가 함께 필요하다. 한미약품은 ESG를 사회공헌의 영역에서 장기 성장을 위한 경영 인프라로 옮겨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