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집단 공시의무 위반 과태료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
과거 5년간 1회 위반 10%·2회 30%·3회 이상 50% 가중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공시의무를 반복해서 어길 경우 과태료가 최대 50%까지 가중된다. 공시를 며칠 늦게 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최대 75% 깎아주던 감경 규정도 없어진다. 최초 위반 등에 적용하던 20% 감경과 소규모 회사에 적용하던 과태료 기본금액 상한도 폐지된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 등의 중요사항 공시의무 위반사건에 관한 과태료 부과기준’과 ‘대규모 내부거래 등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의무 위반사건에 관한 과태료 부과기준’ 개정안을 오는 28일까지 행정예고한다.
이번 개정은 반복적인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고 기존 감경기준 가운데 과태료 부과 취지와 맞지 않는 부분을 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대기업집단의 공시의무 준수를 유도하고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큰 변화는 반복 위반에 대한 가중 비율이다. 현재는 점검연도를 포함한 최근 5년 동안 공시의무를 4회 이상 6회 이하 위반해야 과태료가 10% 가중되고, 7회 이상 위반해야 20%가 추가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중 기준이 훨씬 엄격해진다. 과거 5년 동안 공시의무를 한 차례 위반한 전력이 있으면 점검연도 전체 과태료가 10% 가중되고, 2회 위반했으면 30%, 3회 이상이면 50%가 가중된다. 반복 위반에 적용되는 최대 가중률이 현행 20%에서 50%로 두 배 이상 높아지는 것이다.
공정위가 반복 위반 제재를 강화한 것은 현행 기준으로는 상습적인 공시의무 위반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5년인 2021~2025년 사이 공시의무를 두 차례 이상 반복해서 위반한 기업만 50곳을 넘었다.
반복 위반 횟수를 계산하는 방식도 바뀐다. 현행 규정에서는 과거 위반뿐 아니라 해당 점검연도에 적발된 위반까지 반복 위반 횟수에 포함한다.
개정 후에는 점검연도에 발생한 위반은 반복 위반 횟수에서 제외하고 그 이전 5년간의 위반 전력만을 기준으로 가중률을 계산한다. 이미 발생한 과거 위반을 다시 위반한 경우 더 무겁게 제재한다는 반복 위반 가중제도의 취지에 맞추기 위한 조치다.
과거 5년을 계산하는 기준일도 명확하게 한다. 신고사건은 신고접수일을 기준으로 하고 직권인지 사건은 자료제출 요청일, 이해관계자 등의 출석요청일, 현장조사일 가운데 가장 빠른 날을 기준으로 삼는다.
공시가 늦어진 기간에 따라 과태료를 감경해주는 규정은 없어진다. 현행 기준에서는 공시가 3일 이하 늦으면 75%, 7일 이하 50%, 15일 이하 30%, 30일 이하이면 20%를 각각 감경한다.
문제는 과태료 기본금액을 계산할 때 이미 공시가 늦어진 기간만큼 금액을 추가하고 있는데, 최종 단계에서 다시 지연 일수를 이유로 과태료를 깎아주면서 앞선 가중 효과가 사실상 상쇄된다는 점이다.
대규모 내부거래를 제때 공시하지 않으면 현재 공시기한을 넘긴 다음 날부터 보완을 마칠 때까지 하루에 10만원씩 과태료 기본금액이 늘어난다. 기업집단 현황 공시의무 위반은 하루 5만원씩 가산된다.
예를 들어 대규모 내부거래를 30일 늦게 공시하면 하루 10만원씩 29일간 과태료가 추가되지만, 현행 기준으로는 이후 과태료를 다시 20% 감경한다. 공정위는 이 같은 구조가 지연일수에 따른 가중 취지를 약화시킨다고 보고 지연 기간에 따른 감경 규정을 전부 삭제하기로 했다.
최초 위반 등에 적용하던 감경도 없어진다. 현재 기업집단 현황 공시의무의 경우 처음 위반했거나 최근 5년간 위반 전력이 없으면 과태료를 20% 깎아준다.
하지만 새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거나 개별 회사가 기업집단에 새로 편입된 뒤 30일 안에 공시의무를 위반했을 때 적용되는 50% 감경과 중복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두 감경이 겹치면 과태료가 최대 70%까지 줄어들 수 있다. 공정위는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최초 위반 등에 대한 20% 감경을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신규 지정·편입 직후 발생한 위반에 대한 50% 감경은 유지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새롭게 지정되거나 개별 회사·공익법인이 새로 편입된 뒤 30일 안에 공시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현행대로 과태료의 50%를 감경한다.
기업집단 현황 공시의 경우 동일인이 변경된 날부터 30일 안에 발생한 관련 공시 위반에도 50% 감경을 적용한다.
소규모 회사에 적용하던 별도의 과태료 기본금액 상한도 폐지된다. 현재 기업집단 현황 공시의무를 위반한 회사 가운데 자본금 또는 자본총계 중 큰 금액이 10억원 이하인 경우 과태료 기본금액은 해당 금액의 1%를 넘을 수 없다.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의무 위반은 자본금 또는 자본총계 중 큰 금액이 50억원 이하인 회사에 같은 1% 상한을 적용한다. 개정안은 이 같은 기본금액 단계의 상한 규정을 삭제한다.
공정위는 최종 과태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위반기업의 재무상태가 반영되는 만큼 기본금액 산정 단계에서 다시 기업 규모를 이유로 금액을 제한하면 사실상 중복 감경이 된다고 판단했다.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의무 위반의 경우 최종 과태료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상한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위반행위별 과태료를 조정한 뒤 최종 합계액은 자본금 또는 자본총계 중 큰 금액의 10%나 10억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기존 구조는 유지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그보다 앞선 ‘기본금액’ 산정 단계에서 소규모 회사에 별도로 적용하던 1% 상한을 없애는 것이다.
개정안은 고시 발령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시행 전에 발생한 공시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을 적용해 새로운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이 기업들의 공시의무 준수를 유도해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함으로써 시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부당한 경제력 집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오는 28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받은 뒤 전원회의 심의·의결 등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