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하고 이번 주 내 금융위원회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는 ▲리스크관리(40%) ▲재무상태(30%) ▲잠재적 충격(30%) 등 세 가지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번 등급 하향 조정은 내부통제와 관련된 리스크관리 부문과 자회사 관리 등을 평가하는 잠재적 충격 부문의 점수가 낮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730억 원 불법대출을 포함해 총 2,334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다. 또한, 해당 금융 사고의 보고 및 수습 과정에서 내부통제의 미비점이 확인된 점이 등급 하향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이번 경영실태평가 등급 조정으로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해당 인수 승인 심사를 진행 중이며, 금융위원회는 5월 정례회의를 통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 감독 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인수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위가 우리금융지주가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의 추가 조치를 통해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면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등급 조정은 부당대출 및 내부통제 미비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이며, 특정 인수 건과 연계한 결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최종 결정은 금융위원회가 내리며,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는 1조5,493억 원 규모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경영실태평가 결과로 인해 8월까지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1,549억 원의 계약금을 손실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