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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5-03-31 09:23

[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대통령 탄핵을 두고 국론이 양분되었다.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법에 대한 해석 차이를 넘어 진영 논리에 의해 사실을 부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자체보다 감정적 입장이 우선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바른 마음’이란 제목으로 우리의 도덕적 판단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어떤 주제에 대해 순식간에 감정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 논리적 결정은 이미 내려진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적·도덕적 논쟁에서 분노와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의 직관이 먼저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성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도덕 심리학의 원칙 중 첫 번째는 직관이 99%이고, 전략적 추론이 1%라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코끼리와 코끼리에 탄 기수"로 비유한다. 코끼리는 직관적 판단을 의미하며, 기수는 이를 정당화하는 전략적 혹은 이성적(논리적) 추론을 담당한다. 기수가 코끼리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코끼리가 방향을 틀면 기수는 이를 정당화할 증거를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는 게 문제다.

사사로운 이해관계, 사회적 정체성, 강한 감정이 개입된 상황에서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분위기라면, 사람들은 열린 마음으로 탐구적 사고를 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다. "걸견폐요(桀犬吠堯)"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우리 이성이 “꼬리를 흔들거나 짖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슬픈 현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이것을 믿어도 될까?"라고 스스로 묻고, 단 하나의 증거만 있어도 이를 확신한다. 반대로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이것을 반드시 믿어야 하나?"라고 의심하며, 단 하나의 반증만 있어도 부정하려 한다. 결국,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논리적 설명이 아니라 그들의 직관에 접근해야 한다.

두 번째 원칙은 도덕성이 피해와 공평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도덕적 판단을 배려와 피해, 공평성(부정),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 자유와 압제의 6가지 맛(미각)에 비유한다. 2011년에 13만 2천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진보적인 사람들은 배려와 공평성을 절대적으로 중시하고, 보수적인 사람들은 충성심, 권위, 고귀함을 상대적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감자를 먹을 때 설탕에 찍어 먹을 것인지, 소금에 찍어 먹을 것인지의 차이처럼 단순하다는 것이다.

배려와 피해에 대한 대상도 다르다. 진보는 힘없는 특정 집단들(동물, 약자, 아동, 소수민족 등 동정심)을 우선 배려하고, 보수는 집단을 위해 희생한 이들, 그리고 자신이 관련된 내용에 한정하며, 충성심과 뒤섞이는 경향이 있다. 진보는 위계질서, 불평등, 권력에 맞서고 보수는 전통, 제도, 가치 등 사회 질서 유지를 원한다. 세월호 추모와 천안함 추모에 모이는 사람들이 다른 이유를 설명한다. 최근 정치적 양극화 차이는 세 번째 원칙을 통해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세 번째 원칙은 도덕이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 인간은 90%는 침팬지이고 10%는 벌과 같다. 인간은 협력과 이타주의를 통해 강한 사회를 형성하지만, 동시에 영웅주의, 전쟁, 종족 학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벌과 같은 군집 본능으로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 있으면 편안한 "폐형폐성(吠形吠聲)" 현상이다.

저자는 성향이 온·오프 스위치가 아니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슬라이드 스위치로 비유한다. 환경에 따라 집단적 성향이 강화되거나 약화될 수 있다. 분위기를 약간만 조정해도 사람들의 집단적 성향을 변화시킬 수 있다니 다행이다.

진보주의는 사회 변화를 촉진하지만, 때로는 너무 급격한 개혁을 시도하며 의도치 않게 사회의 도덕적 자본을 감소시키는 경우가 있다. 반면, 보수주의는 도덕적 자본을 유지하는 강점이 있지만,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간과하고 시대의 변화에 둔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해관계에 따라서 기득권 이익을 보호하려고 한다.

이를 두고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공동체가 두 가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경고한다. 하나는 지나친 규제와 전통 존중으로 인해 사회가 경직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주의 심화로 협력할 수 없어지는 것이다. 정치적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장점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보주의자로부터 배울 점은 독재와 희생자에 대한 배려, 약자 보호, 법과 제도의 개혁이다. 자유주의자로부터 배울 점은 개인의 자유, 법치주의, 자유 시장의 중요성이다. 보수주의자로부터 배울 점은 공동체 유대감, 전통과 권위의 존중, 사회 안정의 가치이다.

애국심과 충성심은 외적(外敵)으로부터 국가를 보존하는 것이며, 내적(內的)으로는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은 없어져야 할 적이 아니라 경쟁해서 이겨야 할 ‘지피지기’와 ‘역지사지’의 대상이다. 결과에 승복하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경쟁이 유지되고, 그 심판 역할을 하는 선관위와 헌재의 권위, 삼권분립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은 헌법적 원칙이 아니라 당파성과 특정 인물에 대한 충성심에 의해 변질되면서 더욱 양극화되고 있다.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것은 옳음의 차이가 아니라 그름이다. 저자가 말하는 미각의 차이가 아니라 매운맛이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혀가 느끼는 통증이다.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이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는 한배를 타고 있다.

글: 이병록 예비역 제독·국민주권전국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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