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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은 없다, 아이만 있다(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5-06-09 09:20

[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

평균은 없다, 아이만 있다(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아이를 낳고 키울 때, 나는 교육과 입시제도가 바뀔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방식으로 입시경쟁을 치렀다. 시간이 흘러 손주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지금도, 교육 현장은 여전히 국·영·수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우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물론 세월은 흘렀다. “19세기 교실, 20세기 교사, 21세기 학생”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교육 예산은 늘었고,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도 모두 21세기에 살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대로다. 과거엔 존경받던 선생님들이 이제는 학부모에게 자식 아랫사람처럼 대우받는 현실만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 토드 로즈는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을 통해 단호하게 말한다. “평균은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다.”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래서 밝은 미래의 출발점은 평균의 종말이다.

1940년대 후반, 제트 전투기 등장으로 사고가 잇따르던 미 공군은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1926년에 설계된 ‘평균 조종사’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원인인 줄 알았다. 1950년에 4천 명 이상 140항목으로 조종사 신체 치수를 측정했다. 실제로 평균 신체 치수에 딱 들어맞는 조종사는 아무도 없는, 평균은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비효율의 상징’이라는 게 밝혀졌다. 이후 미 공군은 개인에게 맞춰서 조종석을 조정하도록 했고, 사고율이 현격히 줄었다.

오늘날 우리 교육은 여전히 ‘평균 조종석’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평균 성적, 평균 진도, 평균 학업 성취를 기준으로 학생을 판단하고, 평균에서 벗어난 아이는 보충 수업으로 몰아넣고, 재능이 어긋난 학생은 교정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평균은 집단을 비교할 때는 유용할지 몰라도, 한 개인을 설명하기에는 무의미한 척도다. 인간은 들쭉날쭉 원칙에 따라 발달한다. 지능, 감성, 창의성, 사회성 등은 저마다 다르게 성장하며, 서로 연관성도 없다. 누군가는 언어에 강하고, 누군가는 예체능에 뛰어나다. 평균이라는 ‘일차원적 눈가리개’를 쓰고는 이 다양성을 결코 알아볼 수 없다.

두 번째 원칙은 맥락의 원칙이다. 사람의 행동은 고정된 성격이나 단순한 환경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둘의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진다. 스탠퍼드 대학의 유키 쇼다 교수는 아이들이 교실에서는 내향적이지만 운동장에서는 외향적인 행동을 보이는 현상을 통해 성격의 유동성을 입증했다. 결국 인간의 특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역동적인 존재다.

우리는 지금까지 일정한 나이에, 정해진 교과를, 같은 진도에 맞춰 배우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라고 교육받아 왔다. 이 경로는 산업화 시대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되었다. 프레더릭 테일러는 시스템이 인간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믿었고, 이를 바탕으로 공장의 종과 시간표, 공정 설계가 학교에도 이식되었다. 효율을 위한 표준화가 교육을 지배한 것이다.

심지어 인간의 성장마저 계단식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인간 발달은 계단이 아니라 거미줄이다. 어떤 아이는 언어가 늦고, 어떤 아이는 수학적 사고가 늦다. 늦게 피는 꽃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경로의 원칙’에 따르면 인간 발달에는 정해진 고속도로가 없다. 각자 자신만의 길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평균주의는 교육뿐 아니라 기업의 인사 시스템에도 침투했다. GE가 도입한 ‘스택 랭킹’, 즉 하위 10%를 해고하는 등급 매기기 제도는 한때 인재 관리의 모범처럼 여겨졌지만, 2015년 이후 구글, 딜로이트,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잇달아 폐지했다. 개인의 역량은 평균으로 줄 세울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다.

그럼에도 교육은 여전히 ‘모두에게 똑같이 하되, 그 안에서 더 뛰어나야 한다’라는 이율배반에 머물러 있다. 평균을 따르면서도 평균을 넘어서야 한다는 이 모순은 결국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학부모에게도 해방감을 주지 못한다. 아이들은 개성을 숨기고, 부모는 시스템에 맞추려 애쓰며, 학교는 평가의 울타리 안에서 본질을 잃어간다.

토드 로즈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환을 제시한다. 첫째, 학위 중심에서 자격 중심으로, 둘째, 성적 중심에서 실력 평가로, 셋째, 진로 결정권을 제도나 교사가 아닌 학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이상적이지만, 교육감의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정책이 좌우되는 현실에서는 요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있다. 평균주의는 효율을 추구하지만, 인간성을 점점 퇴색시킨다. 이제는 시스템에 사람을 맞추는 시대를 넘어, 사람에 맞춰 시스템을 유연하게 바꿔야 할 때다. 교육의 미래는 더 이상 ‘평균’이라는 낡은, 유령에 얽매여선 안 된다. 다양성과 가능성을 존중하는 사회, 그것이 교육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길이다.

글: 이병록 예비역 제독·국민주권전국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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