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하며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다. 하나증권은 2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 역시 6.8% 늘어나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면서도, "전년도의 기저효과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은 3.3%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91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수출 반등을 견인한 주역은 반도체였다. 전년 대비 11.6% 증가한 반도체 수출은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HBM, DDR5) 수요와 가격 상승에 힘입었다. 글로벌 AI 서버 시장 확대로 컴퓨터 수출도 15.2% 늘었고, 바이오헬스는 바이오시밀러와 위탁생산(CMO) 수요 지속으로 36.5%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은 2.3% 증가해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향 수출은 현지 생산 증가로 감소했지만, 유럽연합(EU)향 수출은 전기차 중심으로 41.7% 급증해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반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단가가 낮아지며 부진했고, 디스플레이는 수요 불확실성으로 36.1%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미국향 수출이 0.5% 줄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과 현지 생산 확대 영향이 컸다. 대중국 수출은 반도체 부진 여파로 2.7% 증가에 그쳤고, EU는 전기차와 선박 인도로 14.7% 증가, 일본향은 일반기계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3.0% 늘며 반등했다.
하나증권은 "반도체 수출이 관세 리스크의 악영향을 일부 상쇄해주는 가운데, 아세안(25.0%)과 인도(11.3%) 향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며 수출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은 수출경기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9일 종료 예정인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백악관은 조만간 주요국에 대한 관세율 결정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역시 25%의 관세가 재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대외부문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AI 관련 반도체와 서버용 SSD 수요가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컴퓨터 수출 호조 역시 한국 수출경기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단가가 하반기에 반등할 경우 대외 리스크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수출경기가 반도체 회복 속도에 따라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