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2차전지 소재 기업 금양의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회사는 9월 3일 납입 예정 당일 정정공시를 내고 납입일을 9월 17일로, 신주 상장 예정일을 10월 10일로 변경했다.
금양의 이번 연기는 벌써 두 번째다. 앞서 6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SKAEEB Trading & Investment, 이하 스카이브)를 대상으로 보통주 1300만주와 상환우선주 1400만주(총 2700만주, 액면가 500원)를 주당 1만5000원에 발행해 총 405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납입일은 당초 8월 2일 → 9월 3일 → 9월 17일로 두 차례 미뤄졌다.
회사 측은 “사우디 자금의 국외 송금 절차가 지연되면서 납입일을 변경했다”며 “투자금이 최대한 빨리 납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금양 임원이 현지에서 투자 의지를 확인했고, 스카이브 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재차 확약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납입일 당일 정정 공시가 나오면서 투자자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유상증자 납입일이 최초 결정일(6월 4일) 이후 6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금액이 변동되면 불성실공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12월 4일 이후에도 자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증자 규모가 줄면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금양은 이미 지난 3월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돼 누계 벌점이 17점이다. 유가증권시장 규정상 관리종목 상태에서 불성실공시 벌점이 최근 1년간 15점 이상 추가되거나, 중대한 공시 위반이 발생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발행가 1만5000원(기준주가 대비 51.5% 할증)으로 책정됐으며, 신주는 전량 1년간 의무보유 조건이 붙는다. 상환우선주는 연 2% 우선배당과 연 5% 복리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는 조건이다. 자금은 2차전지 공장 준공과 배터리 설비 구축에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금양의 재무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된 데 이어 올해 반기검토 의견 역시 ‘거절’이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62% 줄어든 584억원에 그쳤고, 결손금은 2470억원을 기록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6260억원 많은 상태다.
두 차례 일정이 미뤄진 만큼, 이번엔 실제 자금이 들어오느냐가 모든 리스크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납입이 또다시 지연되면 신뢰 훼손은 물론 규제·상장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 반대로 납입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단기 유동성 우려를 한숨 덜고 배터리 투자 로드맵을 재가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