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KT노동조합이 이사회 전원 사퇴를 공개 요구하며 배수진을 쳤다. 차기 CEO 선임 장기화로 인한 경영 공백과 일부 사외이사의 도덕성 논란이 겹치면서, 노조가 이사회를 상대로 사실상 전면전에 나선 모습이다.
KT노동조합은 5일 이사회 전원 퇴진과 지배구조 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발행한 소식지에서 “KT 이사회가 경영 안정화는 뒷전으로 미루고 사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23일에도 이사회의 책임을 촉구하는 입장을 냈지만 변화가 없었다며, 책임 회피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제시한 핵심 요구는 세 가지다. 첫째, 이사회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제도 도입, 둘째,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의 투명성 강화, 셋째, 차기 CEO 선임 지연과 같은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한 사전 절차 마련이다. 특히 이사들이 스스로를 추천·연임하는 ‘셀프 연임’을 차단하고, 노조가 포함된 특별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사를 자동 해임하는 ‘당연해임’ 규정을 명문화해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이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성명에는 이사회에 대한 정치적·법적 압박 카드도 함께 담겼다. 노조는 이사회 주도로 단행되는 조직개편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을 근거로 이사회를 교섭 당사자로 지목해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경고했다.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경영진을 넘어 이사회와 직접 맞붙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주주권을 통한 우회 압박 가능성도 언급했다. 노조는 “이사회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이사회 책임을 묻는 시나리오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이사회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외부 주주를 동원한 압박까지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KT 안팎의 시선은 오는 9일 예정된 이사회에 쏠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도덕성 논란이 제기된 특정 사외이사 문제와 함께 신임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이날을 분수령으로 규정하며 투쟁 수위를 예고한 만큼, 이사회 대응에 따라 노사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KT노동조합 관계자는 “KT는 국가 기반 시설을 운영하는 국민기업으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향후 AICT 경영 기반 마련은 물론 회사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결국 부패를 키운다는 점에서 이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