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쟁, 절차를 둘러싼 진짜 쟁점
통합을 서두를수록, 물어야 할 것이 늘어난다
박형준 부산시장(왼쪽)이 지난달 26일 시청 접견실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로부터 최종 의견서를 전달받고있다./ 사진=부산시
[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이승렬 기자]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겉으로는 주민투표냐 여론조사냐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논쟁의 핵심은 ‘누가 결정권을 갖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국회 토론회에서 주민투표를 통한 통합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 자리에서 “주민 의사를 분명히 묻고, 2028년에 제대로 된 행정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통합을 속도의 문제가 아닌, 절차와 정당성의 문제로 본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반면 김경수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같은날 국제신문과 부울경포럼이 주최한 ‘부산·경남 행정통합 긴급 토론회’에서 대규모 여론조사와 의회 의결을 통한 대안을 제시했다. 주민투표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낮은 투표율 가능성, 촉박한 일정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일정 수준의 동의가 확인된 만큼, 정밀 여론조사로 오차를 줄이고 의회가 최종 판단을 내리자는 논리다.
하지만 행정통합의 무게를 고려하면, 이 방식이 주민 동의를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여론조사는 참고 자료일 수는 있어도, 지역의 미래 구조를 바꾸는 결정에 대한 최종 동의 절차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통합의 ‘이후 모습’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합청사는 어디에 둘 것인지, 명칭이 ‘부산경남특별시’가 될 경우 창원시는 어떤 위상을 갖게 되는지, 이것이 통합인지 또 다른 분열의 시작인지는 여전히 답이 없다. 통합 이후 시도지사만 선출하고 의회를 단순 합산할 경우 대표성과 견제 구조는 어떻게 작동할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제기된 ‘인센티브 선착순’ 논란 역시 통합 논의를 흔드는 변수다. 그러나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내놓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발의 주체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며 “광역통합을 결정하는 시·도에는 정부가 발표한 인센티브가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 시기를 둘러싼 유불리 논란을 사실상 차단한 발언이다.
김 총리는 앞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인위적으로 광역통합을 추동하지 않겠다”며, 부산·경남처럼 자체 일정에 따라 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에 불이익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지방선거 이전 통합 여부와 인센티브 제공 사이에는 차등이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2028년을 목표로 한 기존 행정통합 로드맵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정부 인센티브의 시간표가 문제가 아니라, 주민 동의의 방식이 문제라는 점이다. 박형준 시장이 강조하는 ‘묻는 절차’는 통합을 늦추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이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최소 조건에 가깝다.
통합은 서두른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충분히 설명하고, 제대로 묻고, 동의받았을 때만 지속된다. 지금 부산·경남 통합 논의에 필요한 것은 결론이 아니라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