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전략기술과 핵심인프라, 데이터 등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로 외국인투자가 확대되면서 경제안보 관점의 제도 보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0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외국인투자 안보심사제도 개선과제 세미나’를 열고 외국인투자 안보심사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이 소수지분 투자와 그린필드 투자, 간접지배 구조까지 투자안보심사 범위를 확대하는 흐름에 맞춰 한국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한미 간 팩트시트에도 외국인투자 안보관리체계 개선 관련 합의 문구가 포함되면서 제도 정비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김원이 의원은 개회사에서 “외국인투자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이라면서도 “외국인의 전략기술과 핵심인프라 투자가 국가 산업 경쟁력과 안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안보심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도 “오늘날 외국인투자는 단순 자본 유입을 넘어 기술·데이터·공급망과 직결되는 전략적 투자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안보심사제도는 전략기술 보호와 우회투자 방지 등을 통해 경제안보 리스크를 관리하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라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EU, 일본의 투자안보심사 강화 흐름을 소개하며 한국 제도의 한계를 짚었다. 조 교수는 “미국·EU·일본 등 주요국은 소수지분, 그린필드 투자, 간접지배 구조까지 투자 안보심사 범위를 확대하며 경제안보 기반 심사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은 방산, 전략물자, 국가기밀, 국제평화, 국가핵심기술, 국가첨단전략기술 등 6개 분야로 심사 대상을 한정하고 있고, 외국인의 지분 취득 기준도 50%를 넘어야 심사 대상이 된다”며 “주요국과 비교할 때 안보심사 범위와 기준, 절차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제도 개선 과제로 안보심사 대상 분야 확대와 지분 취득 기준의 합리적 조정, 그린필드 및 간접지배 투자에 대한 규율 도입, 사전 문의제도 운영 강화 등을 제안했다. 안보심사 범위를 넓히되 절차적 명확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토론에서는 외국인투자가 국내 산업과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더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박헌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장은 “이제는 외국인투자의 규모를 넘어 어떤 유형의 투자인지, 우리 산업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안보심사를 통한 투자 검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현승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는 “자동차 산업은 수천 개 협력업체가 연결된 공급망 산업”이라며 “핵심 부품기업이 외국 자본에 인수될 경우 생산기지 이전이나 공급망 교란, 가격 결정력 변화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외국인투자 안보심사는 기술 유출과 공급망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후관리 체계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채수홍 무역안보관리원 정책협력실장은 “해외 사례와 같이 조건부 투자 승인이 이뤄진 건에 대해 사후 이행 점검 등 신고, 심사,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전주기 관리를 통해 형식적 승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위험 관리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투자안보심사 강화가 곧 투자 위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류성원 한경협 산업혁신팀장은 “안보심사는 투자를 막는 장치가 아니라 전략산업을 보호하면서 건전한 투자를 선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며 “투자 안보심사 제도가 외국인의 건전한 국내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수정 교수는 “최근 국가 간 경제안보 협의 과정에서도 투자 안보 공조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주요 동맹국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는 제도로의 탈바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제도 개선이 국제 공조 환경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