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정진완 은행장(왼쪽)이 국내 중소기업을 방문해 생산 현장에 대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권도 기업과 가계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1일 중동 상황에 따른 시장 변동성과 원자재·환율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총 18조4천억원 규모의 '중동 대응 비상경영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금융위원장 주재 금융권 간담회 이후 정진완 은행장 주재로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기업과 개인 고객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회의에는 기업, 여신지원, 상생금융, 리스크 담당 임원 등이 참석했으며, 지원책은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지원의 중심은 기업 부문이다. 우리은행은 중동 상황의 직·간접 영향을 받는 기업에 대해 유동성 지원 17조5천억원, 수출입 금융지원 8000억원 등 모두 18조3천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국 영업점 기업여신팀장 약 800명이 현장 애로를 점검하고, 공급망 차질과 유동성 부족 우려가 있는 673개 업종, 약 4만개 기업을 집중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신규 대출에는 13조원을 투입해 대출 공급 확대와 중소·중견기업 보증서 대출, 정책연계 금융지원 등을 추진한다. 기존 대출에는 4조5천억원을 배정해 금리 인하와 분할상환 유예 등을 통해 상환 부담을 낮출 방침이다.
수출입 금융지원 8000억원은 원자재 수입기업의 긴급 운영자금과 무역금융, 신용장 지원 한도 확대 등에 활용된다. 우리은행은 석유화학 업종에 대해서는 여신 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사업재편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대응도 포함됐다. 우리은행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환율 상담 SOS' 전담반을 운영하고 맞춤형 환리스크 관리 세미나도 수시로 열 예정이다. 중동 관련 산업 정보를 담은 '위클리 인사이트' 보고서를 전국 영업점에 공유해 산업별 영향도를 점검하고 피해 기업 지원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개인 고객과 취약계층 지원에는 약 1000억원이 투입된다. 우리은행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개인신용대출에는 연 7% 금리 상한을 적용해 이자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ETF 등 변동성이 큰 투자상품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고객별 포트폴리오 진단과 안내 체계도 고도화해 자산 손실 예방에 나선다.
해외 거점의 비상 대응 체계도 손질했다. 우리은행은 두바이와 바레인 등 중동 지역 영업점에 대체 사업장을 마련해 업무 연속성을 확보했으며, 현지 점포가 중동 진출 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지속 제공하면서 관련 정보를 본점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의 계열사 지원도 병행된다. 우리카드는 주유 특화 카드 결제 고객에게 리터당 50원 추가 할인 또는 5%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고, 우리금융캐피탈은 상용차 대출 고객의 원금 상환을 최대 3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중동 관련 피해 고객에게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하고 보험료와 보험계약대출 이자 납입 유예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중동상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개인고객에게 우리은행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드려야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