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참사 이후에도 제도 공백… 불량 자재, 시장에 그대로
인증 취소 뒤 수개월 내 재승인… 관리 체계 ‘허점’ 도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부산 연제구)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들어 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 사진=김희정 의원실
[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이승렬 기자]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현장. 검게 그을린 외벽과 무너진 구조물 사이로, 불길이 번진 흔적은 한 방향으로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전문가들이 지목한 확산의 축에는 스티로폼 단열재가 포함된 ‘샌드위치 패널’이 있었다. 참사는 끝났지만, 같은 위험은 여전히 유통망 안에 남아 있다.
국회와 관계기관 자료를 종합하면, 난연 성능이 기준에 미달한 건축자재가 적발되고도 즉각적인 판매 중단 조치 없이 시장에 풀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제도는 ‘적발’까지는 가능하지만, ‘차단’까지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실제 2025년 난연 성능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일부 업체는 품질인정이 취소됐음에도 판매 정지 처분은 받지 않았다. 더 문제는 그 이후다. 해당 업체들은 불과 3~4개월 만에 다시 신규 인증을 획득하며 시장에 복귀했다. 사실상 제재가 무력화된 셈이다.
현장 관리 체계의 분절도 허점으로 드러났다. 모니터링과 인증 업무가 다른 부서로 나뉘면서, 품질 취소 사실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뒤늦은 제도 보완이 언급됐지만, 이미 유통된 자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는 위험의 규모를 보여준다. 최근 4년간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 화재는 1만2천 건을 넘어섰고, 인명피해는 799명에 달했다. 2022년 이후 신축 건물에는 준불연 자재 사용이 의무화됐지만, 그 이전 건축물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치권에서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김희정 의원은 “치명적 결함이 확인된 자재가 몇 달씩 아무 제재 없이 유통되는 현실은 제도의 실패”라며 즉각적인 판매 중단 권한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열린 국회 회의에서 국토교통부 역시 신속한 조사와 보완을 예고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선다. ‘적발→취소→재인증’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안전은 절차 뒤로 밀리고 있다. 불은 한 번 지나가면 끝나지만, 제도의 공백은 다음 화재를 예비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 점검이 아닌, 유통 단계에서의 즉각 차단이다. 불량 자재가 시장에 발을 붙이는 순간, 위험은 이미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