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예후가 나쁜 간암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하기 위한 인공지능 연구가 본격화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소화기내과 한지원 교수 연구팀이 간세포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최적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멀티모달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착수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2026년도 개인기초연구사업 신진연구(유형B)에 선정돼 추진된다. 연구팀은 앞으로 5년간 최대 6억원의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아 정밀의학 기반 간암 치료 개인화 모델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간암은 국내에서 폐암에 이어 암 사망률 2위를 기록하는 중증 질환으로 꼽힌다. 최근 진행성 간암의 1차 표준 치료로 면역항암치료가 도입되면서 치료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객관적 반응률은 약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자 10명 중 7명은 종양 반응을 경험하지 못하는 셈이지만, 치료 전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임상 모델이나 바이오마커는 아직 충분히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팀은 "빅데이터에서 딥데이터로"라는 개념 아래 영상과 병리, 임상정보 등 다양한 이종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멀티모달 AI 예후 예측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다기관 임상 코호트와 생체자원을 활용하고,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법으로 환자 개개인의 고해상도 임상 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치료 전 예후 층화와 치료 반응 예측이 가능해지고, 환자별 최적 치료 경로를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또 불필요한 부작용을 줄이고 실제 임상현장에서 치료 선택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도 활용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끄는 한지원 교수는 간암과 간이식 등 간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소화기내과 의사이자,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과학자다. 보건복지부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과 K-Medi 융합인재양성지원사업 등에 선정돼 임상과 면역학, 인공지능을 접목한 융합 연구를 이어왔다.
한 교수는 앞선 연구에서도 간암 진료 의사결정 지원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2025년 "JAMA Network Open"에는 국내 간암 환자 전국 코호트 3915명과 서울성모병원 외부 검증 코호트 614명을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 의사결정 지원 모델 연구를 발표해, 실제 임상 결정 대비 사망 위험을 약 54%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2024년 "Clinical Cancer Research"에는 머신러닝 기반 진행성 간세포암 예후 예측 모델을 발표했고, 2025년에는 혈액검사 데이터만으로 PD-L1 CPS를 활용한 면역항암치료 반응 예측 AI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올해 1월에는 "PLOS Medicine"에 전국 레지스트리 환자 1만3614명을 대상으로 ChatGPT, Gemini, Claude 등 대형언어모델의 치료 권고안을 실제 의사 결정 및 생존 결과와 비교한 연구도 발표했다.
한지원 교수는 "환자 개개인의 고해상도 임상 정보를 AI로 통합 분석해 한 명 한 명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궁극적 목표"라며 "5년 후에는 실제 임상에서 사용 가능한 AI 예후 예측 플랫폼을 완성해 간암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