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 / Untitled 72.7cm x 60.6cm acrylic on canvas_2026
[더파워 이강율 기자] 갤러리 자인제노는 2026년 5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형상 이전의 응(凝)》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형상을 재현하거나 의미를 전달하는 회화의 관습에서 벗어나, 형상이 드러나기 이전의 상태—응(凝)—을 화면 위에 호출하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작가의 회화는 어떤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감각이 스쳐 지나간 자리와 힘이 머물렀다가 빠져나간 흔적을 다룬다. 화면 위에 쌓이는 것은 색채라기보다 시간의 압력이며, 손과 팔의 움직임은 순간을 눌러 고착시키는 행위에 가깝다. 여기서 시간은 흐름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멈추고, 응집되며, 하나의 밀도로 침전한다.
전시 제목에 포함된 ‘응(凝)’은 흩어진 기와 감각이 한곳에 모여 굳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정지나 멈춤이 아니라, 형상이 생성되기 직전의 긴장과 잠재를 내포한 상태이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보이는 것 이전, 의미가 부여되기 이전의 감각적 층위—를 회화로 드러낸다.
화면은 어떤 서사를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된 붓의 궤적과 압력, 그리고 축적된 흔적들은 원시적인 촉각에 가까운 감각을 환기시킨다. 빠르게 스쳐간 움직임과 깊게 눌린 흔적이 교차하는 표면은 시각적 이미지라기보다, 몸으로 경험되는 시간의 층으로 읽힌다.
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느끼는가’이다. 관람자는 친절한 설명이나 해석을 따라가기보다, 화면 앞에서 감각이 증폭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형상은 그 결과로서 뒤늦게 드러날 뿐이며, 그 이전에는 응집된 시간과 감각의 밀도가 존재한다.
《형상 이전의 응(凝)》은 회화를 시각적 재현의 장이 아닌, 시간과 감각이 물질로 남는 자리로 다시 사유하게 한다. 화면 위에 남겨진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압력이 응집되어 형성된 하나의 상태이며,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보는 행위 이전의 감각을 다시 호출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