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수주를 실적 기반으로 연결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방산 수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항공우주 부문도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회사의 성장 축이 지상방산과 항공우주로 동시에 넓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7510억원, 영업이익 63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21% 증가했다. 방산 수출 확대와 항공우주 부문의 개선이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수주잔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방산 부문 수주잔고는 1분기 말 기준 약 3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성사된 노르웨이 천무 수출 계약 등이 반영되면서 수주잔고가 확대됐다. 방산 사업은 계약 이후 생산, 납품, 후속지원까지 이어지는 기간이 길다. 수주잔고 증가는 향후 매출로 전환될 물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상방산 부문은 1분기 매출 1조2211억원, 영업이익 208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 늘었다.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대형 수출 계약이 누적되면서 중장기 물량 확보 측면에서는 안정성이 커졌다.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유도무기 등 주력 제품군이 유럽 시장에서 계약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수주잔고 확대의 배경이다.
방산 수출은 단기간에 실적이 모두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다. 계약 체결 이후 생산 계획을 세우고, 부품과 소재를 확보하고, 완성 장비를 납품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에는 교육, 정비, 부품 공급, 성능개량 등 후속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잔고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확보한 계약이 향후 여러 해에 걸쳐 매출과 사업 기반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우주 부문의 개선도 실적의 또 다른 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분기 항공우주 부문 매출은 6612억원, 영업이익은 22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36억원에서 크게 증가했다. 회사는 군수 물량 증가와 수익성이 견조한 사업의 매출 비중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항공우주 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장기 성장성을 설명하는 영역이다. 항공엔진과 항공기 부품, 우주발사체, 추진시스템 등은 고도의 제조 역량과 품질 관리가 요구되는 분야다. 방산 수출이 현재 실적의 중심축이라면, 항공우주는 기술 축적과 미래 사업 확장의 기반이다. 두 사업이 함께 개선될수록 회사의 포트폴리오는 특정 수요에 치우치지 않는 구조로 바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에도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6조6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상방산 부문은 노르웨이 K9 자주포, 에스토니아 천무 수출 등을 달성했고, 2025년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37조2000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 수주잔고가 39조7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은 수출 계약이 계속 쌓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 물량 확대는 협력사 기반과도 맞물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300억원 규모의 협력사 혁신 성과공유제를 도입했다. 협력사의 국방 첨단 분야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공동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성과와 지식재산권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동반성장펀드도 기존 5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상생 구조는 단순한 지원책을 넘어 수주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기반 강화로 볼 수 있다. 방산 수출이 늘어나면 협력사의 납기, 품질, 기술 역량이 곧 완성 장비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부품과 소재, 정밀가공, 전자장비 분야에서 협력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대형 수출 계약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 흐름은 방산과 항공우주가 서로 다른 시간표로 움직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방산 부문은 수주와 납품 일정에 따라 중장기 매출이 형성된다. 항공우주 부문은 기술개발과 생산성 개선, 군수·민수 물량 변화가 실적에 영향을 준다. 두 부문이 동시에 성장 기반을 넓히면 단기 실적과 장기 사업성이 함께 강화된다.
특히 수주잔고 39조7000억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확보한 미래 매출 기반을 보여주는 핵심 숫자다.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화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미 확보한 계약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역량은 다음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방산 시장에서는 납품 이력과 운용국의 신뢰가 새로운 계약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과 천무 수출을 통해 현재의 실적 기반을 키우고, 항공우주 부문을 통해 미래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수주잔고 확대, 항공우주 부문 개선, 협력사 생태계 강화가 함께 나타나면서 회사의 성장 구조도 한층 입체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근 실적은 K방산 수출이 단순 계약 성과를 넘어 기업 체질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