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을 마무리하며 빙과사업의 운영 체계를 새로 정비했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계열사 정리가 아니라 국내 빙과 포트폴리오를 통합하고, 영업·물류·마케팅 효율을 높여 해외 수출까지 연결하려는 전략적 재편에 가깝다.
빙그레는 지난 4월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 절차를 완료했다. 빙그레가 존속하고 해태아이스크림이 소멸하는 구조로, 합병비율은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 1대0이다. 무증자 합병 방식으로 진행돼 주식 수와 자본금 변동은 없었다.
이번 합병은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보유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빙그레는 소규모합병, 해태아이스크림은 간이합병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했다. 합병기일은 4월 1일이며, 빙그레는 다음 날 합병종료보고 공고를 통해 법률상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공고했다.
빙그레는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이후 공동 마케팅, 물류센터 통합, 영업소 통합 운영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회사는 인수 이후 2년 만에 해태아이스크림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매출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은 그동안 분리 운영되던 조직과 사업 프로세스를 하나로 묶는 후속 단계다.
빙과사업은 제품 경쟁력만큼 제조·물류 효율이 중요한 분야다. 냉동 제품 특성상 보관과 운송 비용이 높고, 여름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도 뚜렷하다. 같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도 영업망과 물류망이 나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빙그레가 합병을 통해 중복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를 일원화하려는 배경이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빙그레는 메로나, 붕어싸만코, 뽕따 등 강한 인지도의 빙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해태아이스크림 제품군까지 더해지면 국내 빙과시장에서 선택지가 넓어지고, 유통 채널 대응력도 커질 수 있다. 단일 제품 중심 경쟁보다 제품군 전체를 묶어 운영하는 방식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합병 효과는 해외 수출 전략과도 맞물린다. 빙그레는 최근 멕시코, 캐나다 등 해외 박람회에 참여하며 주요 브랜드의 현지 유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가 먼저 해외 소비자 접점을 만들고, 붕어싸만코 등 다른 빙과 제품군이 뒤따르는 구조다. 해태아이스크림 제품군이 더해지면 해외 유통사와의 제품 구성 협상에서도 선택지가 늘어난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효율화와 해외 사업의 중요성은 확인됐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합병 관련 단기 비용과 원가 부담에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비용 요인이 있었지만 해외 수출 증가와 경영 효율화가 이를 상쇄한 흐름이다.
빙그레의 다음 과제는 통합 효과를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조직 통합 직후에는 비용과 운영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영업·물류·마케팅 체계가 안정되면 빙과사업의 이익 체력은 달라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에서는 제품군을 넓히는 방식으로 합병 효과를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합병은 빙과사업을 다시 키우기 위한 구조 개편이다. 내수시장만 바라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포트폴리오와 해외 채널을 함께 활용하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은 빙그레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보여주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