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산업통상부 산업성장실장(가운데 오른쪽)이 2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로보티즈에서 열린 제2회 M.AX 콘퍼런스에서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파워 한승호 기자] 정부가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의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제조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기업이 보유한 생산 노하우와 기술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별도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제조 AI 모델 개발에 활용하는 구조다.
산업통상부는 5일 한국기술센터에서 제조 AI 관련 산·학·연 전문가들과 ‘제3회 M.AX 전문가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M.AX는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을 뜻하는 ‘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의 약자다. 이번 컨퍼런스는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M.AX 성공의 핵심, 제조 데이터 및 이와 연계한 AI 모델과 인프라’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논의의 중심은 제조데이터였다. 산업현장에서 축적된 공정 데이터와 숙련인력의 경험, 설비 운용 데이터 등을 어떻게 확보하고, 이를 기업이 안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AI 모델 개발에 활용할지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산업부는 현재 1500여 개 제조기업, AI기업, 학계,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제조업 AI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얼라이언스는 11개 분과로 구성돼 있으며, 분과별 산업 특성에 맞는 데이터 확보와 활용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AI팩토리 분과는 제조공정에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AI 팩토리 사업과 연계해 공정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종별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도 추진한다. 이달부터는 숙련인력의 경험과 판단을 데이터화하는 제조 암묵지 AI 모델 개발 사업도 본격화한다.
AI로봇 분과는 휴머노이드 도입이 가능한 대표 작업을 선정하고, AI기업과 로봇기업이 개발·실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작 데이터를 수집한다. 산업부는 향후 공장과 물류현장 등에서 확보한 로봇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상용화에 필요한 대규모 로봇 학습용 데이터 확보도 추진할 계획이다.
자율운항선박 분과는 해운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포함해 약 6000항차의 실선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 AI미래차 분과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진행하면서 주행 데이터 수집·가공을 위한 데이터 파이프라인 개발에 들어갔다.
정부가 제조데이터 활용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보안이다. 제조기업 데이터에는 핵심 기술과 생산 노하우, 민감한 영업비밀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이 데이터 제공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안전한 저장·관리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제조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제조 데이터 라이브러리는 고품질 제조데이터를 집적하고, 이를 필요한 연구개발 과제와 AI 모델 개발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관리체계다.
라이브러리에 저장된 데이터는 외부와 차단된 ‘클린룸’ 안에서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외부 반출은 금지되며, 데이터 열람 역시 별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 데이터 활용 신청, 컨설팅, 심사 절차를 거쳐 열람 목적과 활용 기간 등을 정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라이브러리 구축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산업부는 지난 5월부터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운영하는 ‘제조AI 솔루션 개발지원센터’를 임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AI팩토리 사업 등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이곳에 저장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26년 말까지 제조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토타입을 개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개발된 프로토타입을 M.AX 얼라이언스 참여기업 등을 대상으로 현장 적용하고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제조 AI 모델이 실제 공정에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업종별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한 절차다.
제조업 특화 데이터센터 구축도 추진된다. 기업 내부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온프레미스 기반 데이터센터, 실시간 추론과 판단에 대응하는 엣지 방식 데이터센터 등이 검토 대상이다.
특히 산업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해 산단에 엣지 AI 데이터센터 1개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 기업들이 AI 모델을 실시간 추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산단과 연계한 데이터센터 성공 사례를 만들어 향후 수출 기반까지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김현정 IBM 대표, 고영명 포항공대 교수, 이주평 삼성SDS 상무,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의장, 김유철 LG AI연구원 상무, 백순길 에코프로비엠 부사장, 홍재용 TYM 수석 등이 참석했다.
발제는 ‘제조AX의 핵심, 데이터’, ‘제조공정 데이터와 AI 모델 연계’, ‘제조AX 확산을 위한 AI 데이터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제조 AI 전환을 위해서는 고품질 데이터 확보와 안전한 저장·활용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성열 산업부 산업성장실장은 “AI 시대 우리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제조 데이터와 이에 기반한 업종별 AI 모델”이라며 “양질의 제조 데이터 수집·활용을 위해서는 보유기업과 AI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제출할 수 있도록 신뢰와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며 “데이터 라이브러리와 AI 플랫폼, 데이터센터 등 핵심 인프라를 완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