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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산업 대전환②] 여수·울산·대산까지 번진 석화 한파…지역 고용이 먼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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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산업 대전환②] 여수·울산·대산까지 번진 석화 한파…지역 고용이 먼저 흔들린다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19 08:55

산단 생산 감소가 협력사·외주 일자리로 확산…산업위기와 고용위기 동시 대응 필요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모습/연합뉴스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모습/연합뉴스
[더파워 한승호 기자] 석유화학산업의 부진은 기업 손익계산서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수, 울산, 대산 등 대형 석유화학단지가 자리한 지역에서는 생산 감소가 곧바로 협력업체 일감 축소와 고용 불안,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가 주요 산단의 노동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산업은 원료 조달, 공정 연계, 항만·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을 공유하는 대규모 장치산업이어서 특정 지역에 집적돼 발전해 왔다.

이 같은 집적 구조는 호황기에는 효율을 높이는 장점이 된다. 하지만 업황이 꺾이면 지역경제가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위험을 드러낸다. 보고서는 여수, 울산, 대산 산단의 산업 집중도가 높아 석유화학 경기 변화가 지역 고용에 곧장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여수의 의존도는 특히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수산단은 입주 기업의 44.6%, 산단 전체 생산액의 98.0%, 고용의 86.7%가 정유·석유화학 부문에 집중돼 있다. 사실상 산단 경제의 대부분이 석유화학 업황과 연결돼 있는 구조다.

대산도 생산액 기준 의존도가 높다.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입주 비율은 15.1%지만, 생산액 기준으로는 해당 업종이 83.3%를 차지했다. 울산은 조선과 자동차 등 산업 포트폴리오가 다소 분산돼 있지만, 정유·화학 생산액이 111조원으로 단지 전체의 52.4%에 달했다.

최근 흐름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여수와 울산 산단의 석유화학 생산은 2022년 3분기를 정점으로 하락세가 장기화됐다. 2025년 1분기와 2분기 여수의 분기별 석유화학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10.4% 감소했다. 울산도 같은 기간 1.4%, 13.7% 줄었다.

고용 충격은 더 가파르다. 여수 산단의 석유화학업종 고용은 2025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7%, 23.2% 급감했다. 이에 따라 전체 여수산단 고용도 같은 기간 15.5%, 15.9% 감소했다. 울산 산단은 2023년부터 감소세가 이어졌고, 2024년 4분기 울산 석유화학 고용은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대산도 상황이 좋지 않다. 대산 산단의 NCC 가동률은 2021년 96.6%에서 2023년 66.6%로 급락했다. 기초유분 생산과 수출량이 줄면서 생산 감소와 고용위기가 동시에 우려되는 국면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이다. 자동화 수준이 높아 생산 증가가 대규모 고용 증가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생산 감축이나 설비 폐쇄가 시작되면 설비 유지보수, 정비, 물류, 포장, 출하, 안전·환경관리 등 주변 업무부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석유화학산업의 고용구조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핵심 인력과 협력업체 소속 주변 인력으로 이원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 공정 운전 인력은 정규직 비중이 높지만, 설비 유지보수와 지원 업무 상당 부분은 용역·하도급 형태로 운영돼 왔다.

이 구조에서는 위기 때 협력사와 외주 노동자가 먼저 흔들릴 수 있다. 원청이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비 일정을 줄이면 협력업체 일감이 줄고, 그 충격은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지역 내 대체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고용 충격은 지역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흐름도 경고 신호를 보인다. 보고서는 석유화학산업 피보험자 수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8만명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4년 말부터 점진적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2025년 들어 전년 동월 대비 낮은 수준이 이어지며 감소세가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남성과 40대 이상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석유화학 생산현장은 장기간 숙련이 필요한 공정이 많다. 공정 조작, 위험물 관리, 설비 이상 감지, 비상 대응 등은 짧은 교육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장년 숙련공 이탈은 단순한 인원 감소가 아니라 현장 기술 축적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여수와 서산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고 긴급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여수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도 추가 지정돼 고용안정과 재훈련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일시적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봤다. 석유화학산업의 구조 변화에 맞춰 지역산업 구조를 함께 바꾸고, 고용정책도 단순 실업 대응이 아니라 직무전환과 재교육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수·울산·대산의 위기는 공장 가동률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릴 문제가 아니다. 지역경제가 석유화학 한 업종에 과도하게 묶이지 않도록 고부가 소재, 친환경 공정, 폐화학물 재처리, 에너지·자원 순환형 산단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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