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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산업 대전환③] EU·미국·일본·중국은 이미 움직였다…탄소규제가 바꾸는 석화 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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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산업 대전환③] EU·미국·일본·중국은 이미 움직였다…탄소규제가 바꾸는 석화 판도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22 08:35

CBAM·IRA·GX·중국 넷제로 전략 확산…저탄소 공정 전환이 수출 경쟁력 좌우

출처 Magnific
출처 Magnific
[더파워 한승호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산업의 경쟁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능력과 원가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재활용·바이오 원료를 얼마나 활용하는지, 저탄소 공정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는지가 시장 접근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EU,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의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탄소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인센티브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가장 강한 규제형 접근을 취하고 있다. 2050년 넷제로 목표 아래 유럽그린딜, 배출권거래제, 탄소국경조정제도, 순환경제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 CBAM은 역내외 제품 간 탄소비용 차이를 줄여 탄소누출을 막는 제도다. 한국 석유화학업계 입장에서는 향후 탄소배출 비용이 수출 경쟁력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EU의 방향은 단순 규제에 그치지 않는다. 배출권거래제 수익을 혁신기금과 현대화기금에 투입해 탈탄소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수소·바이오 기반 원료, 전기화, 열효율 개선, CCUS, 재활용 기술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와 순환경제 체계 강화도 중요한 축이다.

미국은 인센티브 중심의 접근이 강하다. 2050년 넷제로와 2030년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청정에너지와 공정 전환에 대규모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텍사스 등 주요 석유화학 지역에서는 CCUS, 직접공기포집, 수소, 탄소저장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기존 생산 기반을 유지하면서 탈탄소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직접고용 안정뿐 아니라 건설, 엔지니어링, 에너지 분야의 간접고용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생산기반을 유지한 채 기술혁신 중심의 성장형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봤다.

중국은 탄소정점 2030년, 넷제로 2060년 목표를 내걸고 있다. 동시에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과잉설비 해소, 고탄소 설비 폐쇄, 생산 집적화, 녹색금융, 표준·인증제도 등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설비 증설과 청정기술 도입을 병행하면서 고용 총량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일본은 GX 전략을 통해 10년간 150조엔 규모의 그린투자 로드맵을 마련했다. 2026년까지 배출권거래제 의무 참여, 2028년 탄소세 도입 등을 추진하며, 석유화학 등 난감축 업종에는 별도의 기술 로드맵과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 일본은 나프타분해센터 통합·공동 운영, 첨단 소재용 고부가 화학제품 확대, 공정 열 회수, 전기화, 수소·암모니아·바이오 원료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고용에도 영향을 준다. 보고서는 EU의 경우 고에너지 비용과 강한 기후정책으로 단기 고용 축소가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CCUS, 전기화, 재활용 기술 확산으로 새로운 기술직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범용 석유화학에서 특수소재·순환경제 분야로 이동하며 직무가 고도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다른 경로를 보인다. 미국은 탈탄소 인프라 투자를 통해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관련 간접고용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생산 확대와 청정기술 도입을 병행하면서 고용 규모를 유지하는 흐름이다. 보고서는 주요국 모두 직업 전환을 위한 재훈련과 질적 고도화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탄소규제는 환경정책이면서 동시에 산업정책이다. 수출 중심인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탄소비용에 대응하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은 물론 시장 접근성도 약화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은 철강에 이어 제조업 내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으로 꼽힌다. 화석연료 기반 NCC를 전기, 수소, 암모니아 기반 공정으로 전환하는 원천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바이오 나프타, 바이오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화학재활용, CCUS 같은 기술도 조기 사업화가 관건이다.

보고서는 국책은행과 기술금융이 초기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형 플랜트 산업은 탄소저감과 설비전환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만의 투자 부담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탄소규제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부담이지만, 동시에 차별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국과 중동이 범용제품 가격 경쟁에서 앞서간다면, 한국은 저탄소·고부가 소재와 공정 기술에서 경쟁 우위를 찾아야 한다. 앞으로의 석유화학 경쟁은 제품 가격표가 아니라 탄소 명세서와 기술 포트폴리오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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